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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Oct 28. 2021

자본주의, 생명, 용기에 대하여

작은 빵집의 용기,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대학 초년 시절 경제학자 마르크스의 글들을 읽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와 미래에 대해 나름 심각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도 하고 어릴 적 추억으로 간직할 만한 가벼운 이야기들이 많지만,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때부터 가지게 되었던 생각들과 배움들은 지금 내 사고의 틀을  다져오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대학시절의 고민들이 추억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슬픈(?)현실은, 그 이후 그토록 발견하고자 했던 자본주의 그 이후의 미래에 대해 답을 찾기는 커녕, 가장 자본주의적이라 할 수 있는 금융회사에 입사하고 2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 점점 더 그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 것을 상징한다. 지금은 그 속에서 빠져 나왔지만 옛날의 안정적인 생활을 그리워 하기도 한다는 모습에 대한 자괴감을 말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자괴감이라는 말이 지금의 현실을 부정한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 지금까지도 대학시절 찾아헤매었던 자본주의의 대안에 대해 아직 변변한 답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틀을 박차고 나갈 용기도 없고, 설령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 걸음 물러나게 되었지만 같은 세상 속에 살면서 내가 지나온 길 위의 다른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불만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자기 반성이기도 하다.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도 어릴 적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고민을 해 온 중년의 남성이다. 어렵게 입사를 하고 금융위기기 겪으면서 기업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고 거대 자본주의 속에서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알아차린다. 그리고 이타루는 과감히 그곳을 박차고 나오며(가장 중요한 핵심인 듯) 세상과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속에서 자신과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생명의 한 줄기인 보이지 않는 '천연균'을 통해서다. 


기업 이익의 원천이 노동력 착취에서 오는 '잉여 생'산과 '이윤'이라는 것을 마르크스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본주의의 틀 속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노동자들 스스로도 상호 착취와 억압이 무한 반복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문제점을 알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뫼비우스의 띠' 속에서 맴도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것을 자본주의자들은 알고 있고,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자들이 그 점을 이용한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저자가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같은 자본론을 읽으면서도 그것을 실제 생활에 응용해 보려는 실천력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안되듯이,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화 된 일본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천연균에 몰두하면서, 자연이 살아있는 가쓰야마에서 시골살이를 택한 용기는 박수받아야 할 용기이다.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이윤과 노동력, 상품 가격에 대한 부조리를 빵집을 운영하면서 만든 소상공인의 공동체와 그 속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유통의 구조를 혁신하여 이윤이 분배되게 만드는 그의 실천적 용기는 저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주목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마르크스의 책을 읽으며 생명으로 상징되는 천연균이 가장 자연스런 환경에서 꽃을 피우는 것처럼, 기업의 부조리는 계속 새로운 형태의 돌연변이를 생산하면서 부패하지 않고 성장만을 위해 전진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쉽징 않은 일임은 분명하고, 그것을 바꾸고자 노력한 결실이 바로 빵집 '다루마리'의 존재 가치가 아닐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존경 받듯이, '다루마리'와 저자 이타루의 도전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아주 일상의 방법으로 해결한 실천적 방법이라고 평할 수 있을 듯 하다. 

 

책을 덮으며 대학시절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본다. 그렇게 읽고 고민했던 자본론 속에서 난 과연 무엇을 찾았는지... 그리고 먼 이국 땅에서 지금의 내 주변을 변화시키기 위해 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것을 실천할 진짜 용기는 있는지를... 


다루마리는 30년 전 순수한 나를 다시 만나는 보석같은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물론 앞으로 일본에서 내가 가봐야 할 여행 목록이 하나 추가되었음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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