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세상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모든 게 말끔히 정리될 거야"
"모든 게 마무리되면 우리는 행복해질 거야"
"우리는 정말로 행복하다!"
익숙하지 않은 영화 언어를 접하는 건 아무래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가 품고 있는 매력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순행적 구조에서의 일탈, 구심점으로 삼을 만한 특정한 주제 없이 이어지는 이미지들, 또는 매우 집약적으로 녹아 있는 비유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본인의 스키마 등 꽤나 다양한 요소들 때문에 영화적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작품은 단 1회의 감상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어떤 영화가 좋았던 싫었던 간에 그것을 두 번 이상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탓에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에도 그때 느꼈던 인상으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매듭지었을 뿐, 구태여 다시 감상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약간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고, 과거에 좋게 봤던 영화들을 하나 둘씩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런 연유로 이 영화 역시 최근에 다시 감상하게 되었다.
여전히 복잡하고 통통 튀었다. 이 영화를 처음 감상했을 때에는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에 관한 사실 정도를 알아보고 그에 따른 감상을 하는 데에 그쳤던 것 같다. 물론 이 영화는 분명히 당시 체제나 이념에 대한 급진적인 반발이라는 것은 틀림 없다. 그러나 다시 봤을 때에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점도 있었다. 인간성의 타락이나 외면하는 군중, 또는 체제에의 순응 등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지만 영화 안에서 다양한 해석들이 떠올랐다. 더불어 전에는 굉장히 산만하게만 느껴졌던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이번에는 뭔가 보기 좋았다. 두 인물이 시종일관 웃어대서 그런가 내게 감정이 덩달아 전이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명의 마리가 바랐던 상상이었을까? 그것이 상상이었건 아니었건 둘 다 그리 기쁜 결말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이전에 있었던 모든 비행들로 인해 모두에게 외면 당한 채 그대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과 다시 기회를 얻었지만 자유로움을 포기하고 사회에 순응하며 스스로 행복을 세뇌시키는 것 모두 내 입장에서 그리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두 선택지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다. 어지러운 세상, 진정한 행복을 찾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아니 진정한 행복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아휴, 정보를 차단할 수도 없고 너무 들여다 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