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의 <안경>
메가박스에서 정유미 감독의 <파라노이드 키드>와 <안경>을 상영하길래 한달음에 극장으로 달려갔다. 사실 단편영화는 유수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영화제나 특별전 같은 곳이 아니면 극장에서 보기 힘들다. 특히 멀티플렉스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파라노이드 키드>는 영화배우 배두나의 나레이션이 영화의 따뜻함과 잘 어우러져서 괜찮았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거 같지만 나도 보면서 꽤나 공감했던 이야기라 더 인상이 깊게 남지 않았나 싶다.
<안경>은 참 독창적이면서 따뜻한 영화이다. 깨진 안경을 벗고 진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며 위로를 받는 내용이다. 안경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보기 위함인데, 영화 속 주인공은 되려 안경이 깨졌음에도 이를 그대로 착용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채 살아갔던 것 같다. 그 안경을 벗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응어리들을 하나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개성있는 일러스트가 입혀져 감동적이었다. 끝나고 가방이나 옷에 등장하는 'KIMHEKIM'이 뭔가 싶어 찾아보니 패션 브랜드였다. 엔딩 크레딧에도 나오길래 찾아보니 꽤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인 것 같다.
푯값도 3,000원이고 영화도 좋은데 애석하게도 상영관 안에는 나 뿐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단편영화들이 종종 상영되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면 참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