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부서는 흔히 삼원조직으로 불린다. 사무실 안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고, 그 안에서 업무가 크게 세 개 분야로 나뉘어진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고유의 업무를 맡은 각 조직이 모두 유기체처럼 어우러져야 할 필요가 있다. 허나 이 세 개의 조직은 구성원 수, 업무의 강도, 책임의 정도 등으로 인해 종종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업무 핑퐁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조직에서 무책임하게 프로젝트를 일처리를 하게 되면 다른 부서에서 이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관습화되어 있어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가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업무적으로 부딪히는 사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개인들이 모두 눈엣가시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같은 사무실을 공유하면서 항상 친절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주기도 하고, 내 커피를 내리면서 상대방 것도 내려주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도 있다. 몇 마디를 나누다보면 정말 인간적으로 괜찮다고 느껴지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이 회사라서 상대방의 인간적인 장점들이 금방 잊혀지곤 한다. 아무래도 감정적인 교류보다는 업무적인 성과가 지향되는 곳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일적으로 별로이면 아무래도 생각이 많이 복잡해지곤 한다. 물론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적인 친절이 상대방의 실수나 일처리에서의 부족함을 용인해줄 수 있는 임시방편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완전히 상쇄시켜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는 없다.
벌어들인 수익으로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사업가가 있다. 항상 대외적으로 친절함을 유지하며, 여러 공익 활동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사업가'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직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비정규직에 대한 만연한 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일삼곤 한다. 그는 분명 성공한 사업가이며, 훌륭한 기업가로 인식되고 있다. 허나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사업가를 예시로 들었지만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꼭 관리자 포지션에 있지 않아도 훌륭한 사원이지만 좋은 사람은 아닌 사례가 꽤 많다. 이 글에서 어느 것이 옳다를 얘기할 생각은 없다. 그저 어떤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을 때, 인간성과 능력적인 면이 철저하게 유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래서 가끔 주변에서 '좋은 사람이야'라며 소개 받을 때, 그 사람의 어떤 면을 기준으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가 항상 궁금해진다. 좋은 동료, 좋은 상사, 좋은 배우자, 좋은 친구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나조차도 그런 사람이 아닌 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중학교 때가 생각난다. 학생들에게 욕설을 하고 매질을 일삼던 교사가 '푸른교육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흔히 교사의 갖춰야 할 가장 우선적인 덕목은 수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분명히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하고, 아마 대외적으로 전문적학습공동체 같은 연구활동도 활발히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도 그의 행실과 별개로 그의 수업 능력 자체를 폄하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나와 내 친구들 중 그 누구도 그를 좋은 교사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그는 좋은 교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