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자파르 파나히의 최근 작품인 <노 베어스>에서 그는 예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없다는 회의를 내비쳤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카메라가 지닌 힘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거울>이라는 영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여러 고초를 이겨내며 자신의 예술을 하고 있는 파나히 감독의 영화가 점점 더 정교하고 독자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오프사이드>와 <택시>의 중간에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전자 이전의 영화들과 후자 이후의 영화들의 차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나름의 답이 되는 것 같았다. <서클>이나 <오프사이드> 같은 영화들도 물론 훌륭하고 재밌지만, <택시> 이후에 그가 구축해오고 있는 작품들의 방향성과 색깔은 어쩌면 그의 영화를 보면서 계속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다른 이란 감독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서서히 지워낼 정도로 특별하다고 느꼈다.
그런 그가 이번 칸 영화제에서 신작 <심플 엑시던트>로 황금종려상을 탔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놉시스 등에 대해 검색해보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의 신작이 기다려진다. 그린나래가 수입했다고 들었는데, 작년 개봉했던 <노 베어스>가 끝내 관객수 만 명을 돌파하지 못한 걸 생각해보면 이 영화 역시 흥행이 불안해보이긴 마찬가지이다. 마케팅의 귀재인 그린나래의 힘을 믿는 수밖에.
P.S. 캠코더를 사보고 싶다. 근데 사면 자주 쓰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