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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 일기

노 베어스

그럼에도 그는 카메라를 들었다

by 빠른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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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베어스>, 자파르 파나히


<노 베어스>는 작년 1월에 개봉했었고, 그 해 극장에서 가장 먼저 만났던 영화였다. 수입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배급사인 M&M 인터내셔널의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개봉일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용산으로 향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화는 기대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훌륭했으며, 2024년 한 해 동안 극장에서 봤던 그 어떤 개봉작들도 이 작품보다 뛰어나지는 못했다.


그렇게 개봉한지 1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이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다시 두근거렸다. 요즘은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 뿐만 아니라 집에서 보려고 했던 영화들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아 점점 삶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저항조차 못하며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내 올타임 베스트 다섯에 꼽는 <미치광이 피에로>가 재개봉을 하고, 이어 이 영화까지 특별상영을 하게 되어 오랜만에 영화 때문에 설레는 감정이 일었고, 영화관으로 가는 발걸음마저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영화는 다시 봐도 재밌었다. 오히려 1년 정도 텀을 두고 봐서 그런가 어떤 부분에서는 원래 이랬었나 할 정도로 새롭게 느껴졌다. 특히 자라와 박티아르 부분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기억 속에서 잊혀졌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지난 감상 때 이 대목을 대강 보지는 않았을텐데 하며 스스로 의아했다.


모든 문제는 아프더라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해야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 숱한 실패와 좌절이 연속되더라도 한 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멈춰진 자동차 속 파나히 감독은 여전히 떠나지 않고 다음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예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가 들지라도, 그는 기어코 들이민 카메라로 그것이 가진 힘을 보여줄 것이다.


P.S.

1. 작년 CGV 관람후기에 이 영화에서 키아로스타미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고 평했던 걸 찾았다. 당연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나도 여전히 키아로스타미를 더 사랑하지만 어쩌면 점점 파나히를 더 좋아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2. 이번 특별개봉으로 관객 1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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