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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스위드유 Mar 12. 2024

우리 동거부터 할까요?

구도시 (예비)신혼부부의 일상 1편



우리는 만난 지 3년 정도 된 커플이다.


우리에게는 남쪽 끝에서 온 남자()와 북쪽 끝에서 온 여자(블리스)가 만나서 알콩달콩 살아가게 된 영화 같은 스토리가 있다. 이 때문에 낭만적인 커플이라고 여겨지기 일쑤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현실적이며 극 '효율충'인 대한민국의 20대 후반 청년들이다.


누군가는 신혼생활이라고 하신도시의 깔끔한 신축 아파트를 상상하겠지만, 우리 둘은 창업의 꿈을 가지고 이것저것 도전하면서 일찍이 사회의 맛을 쓰게 느끼다 보니 큰 경험을 얻었지만 나이에 비해 모아둔 돈이 많지는 않았다. 그렇게 적당히 교통이 좋은 구도시의 투룸 빌라에서 우리는 시작하게 되었다.


이마저도 사실 의 건강한 소비 습관과 약간의 취미생활?(=주식)로 구할 수 있던 집이었다. 나는 결혼 생각도 없었고, 저금은 30대부터라고 생각했던 터라 모아둔 돈은 없었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의미와 가치를 쫓으며 살아가라고 가르쳐 주신 부모님 덕에 이에 대한 그 어떤 후회도 없지만 결혼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




나는 대학시절 서울에서 잠시 살아 본 경험이 있다. 편리하기는 어떤 곳보다 최고이며 어디를 가던 가깝고 이 나라의 중심지에 산다는 자긍심까지 들게 해주는 곳이다. 그 장점들이 나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서울은 어느 곳보다 복잡하고 시끄럽고 자연과 여유로움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단점이 더 많게 느껴졌다.


이에 대한 생각은 도 비슷했다. 은 처음 서울로 상경하여 관악구의 반지하에 살게 되었다. 서울뽕?에 빠져서 만원 지하철마저 즐겁던 그가 1년을 살다 보며 느낀 점은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시끄럽고 비싸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마지막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긴 하다....


그렇게 우리는 블리스의 학창 시절의 한 부분이었던 일산의 주택가에 자리 잡게 되었고 현실적이면서 소소한 일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동거를 시작하면서 동반된 몇 가지 뻔한 이슈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 이슈.  결혼 전 동거, 부모님의 반대가 없는가?


일단 의 가족들은 생각보다 쿨한 반응이라고 했다. 오히려 결혼을 빨리하기를 원하다 보니 얼른 자리 잡고 결혼하라고 했단다. 생활력은 있지만 집안일에는 재능이 없는 아들놈이 혼자서 궁상떠는 것보다는 결혼을 생각하는 연인과 함께 사는 것이 더 '잘' 살 것이라 믿으셨을지도 모른다.


나는 항상 부모님이 반대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지르고 부딪혀보는 편이다. 공부밖에 모르던 모범생 아버지와 수녀가 되고 싶었던 참한 어머니를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는 이런 충격 요법?이 좀 더 효과적이었다. 학창 시절 전화 한 통만 안 받아도 울면서 걱정하셨던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는 당당하게 외박을 통보해도 수긍할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지게 되셨다.


언젠가부터 엄마가 나의 연락처를 'OOO 믿음과사랑'이라고 저장해 둔 것을 보게 되었다. 여러 사태들을 대비하여 평소에도 믿음을 가지고자 이렇게 저장해 두었다고 하신다. 속 썩여온 효년인게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우리의 부모님들이 자식을 받아들여야 서로를 존중해 줄 수 있는 건강한 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논의해 볼 만한 부분은 '결혼 전 동거는 옳은가?'에 대한 부분이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이다.


동거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나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 전 동거를 권유하는 편이다. 연애를 하며 데이트를 하는 것과 함께 살면서 자고, 먹고, 싸고를 공유하는 것은 꽤나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상대방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평생을 약속하기 전에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동거를 하는 것은 게다가 경제적이다. 좋은 퀄리티의 집을 반 값에 살 수 있으며, 치솟는 물가에 데이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효율을 따지는 요즘 청년들에게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밖에 없다.


더하여 우리의 X세대 부모들에게 한 가지 전달하고 싶은 것은 연인 간 동거는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하니 자녀의 집이 갑자기 잘 꾸며져 있다거나, 주인 모르는 속옷을 보게 된다거나, 주방 식기들이 세트로 나열되어 있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좋다. 꼭 깊은 관계여야 동거를 하는 것 또한 아니기에 크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슈.  어디에, 어떤 집에, 어떻게 갈 것인가?


우리는 이 살고 있는 집의 계약이 끝나기 2달 전부터 같이 살 곳에 대하여 논의하기 시작했다. 예산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각자 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준에 대하여 토론해 본 결과,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교통, 투룸, 반려동물 가능여부였다.


버스보다 지하철을 월등히 선호했던 우리는 역과 인근 해있는 빌라 밀집 지역을 찾아서 직방, 피터팬, 네이버 부동산을 모두 찾아보았다. 상대적으로 사실적이고 상태가 좋은 매물을 골라 부동산에 연락을 하였고, 추가로 지상층에 투룸이며 반려묘를 키울 수 있는 집을 찾아서 5개의 부동산에서 총 16개의 매물을 확인하였다.


대학교 때부터 쭉 나가 살아온 나는 집을 보러 다닌 경험이 많아서 중개인의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야박한 기준에 맞춰 원하는 집을 찾았다. 좋은 집을 찾기 위한 팁은 아래 살짝 적어두었다.


발로 뛰어 내 집 찾기 5회 차인 블리스의 좋은 집을 고르는 기준


- 창문은 이중창에 틈이 없는 것이 좋다. 오래된 집일수록 창문과 창틀이 노후되어 외풍이 심하다. 이러면 겨울에 난방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 건물 관리 상태에 따라서 집주인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살고 있는 집이 깐깐하더라도 요청사항이 바로 수리되어서 편하다.

- 색이 변한 벽이나 찢어진 장판을 잘 확인하는 게 좋다. 집이 맘에 든다면 계약 전에 집주인에게 도배, 장판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게 좋다.

-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창이 크고 채광이 좋은 집이 살기 좋다. 창이 크더라도 바로 앞에 건물로 막혀있다면 의미가 없으니 창을 열어보고 채광과 바람이 통하는지를 확인해 보면 좋다.

- 화장실의 환기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창문이 나있으면 좋고 없다면 환풍기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름에 습해지면 곰팡이가 잘 생기고 끈적끈적 끈적끈적 힘들어...요


적다 보니 아주 길지만 집은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이 기준들에 근거하여 가격대비 평수가 넓은 2층에 있는 매물을 찾았고 우리는 이사하기 10일 전에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계약하고나서부터가 진짜 이사의 시작이다. 우리는 두 집에서 짐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삿짐센터를 부르기가 애매했다. 운 좋게도 아버지가 몰던 렉스턴이 있었기에 셀프 이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큰 짐이 있었다면 힘들었겠지만 극극극 미니멀했던 의 짐 덕분에 충분히 한 번에 다 실을 수 있었다. 사계절 옷이 한 박스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과 나는 이 부분에서 매우 상극이다. 빈은 타지에서 진행되는 한 달짜리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도 캐리어의 반 쪽이 겨우 찰 만큼의 짐을 가져간다. 나란 놈은 1박 2일 여행에도 큰 캐리어를 꽉꽉 채워 가져가는 사람이었기에 나의 짐을 싣기에는 트럭의 트렁크도 턱없이 부족했다.


집주인이 이사 전에 짐을 미리 옮겨놓아도 된다고 편의를 봐주어서 이사 하루 전 청소도 할 겸 나의 짐을 살짝 옮겨두었다. 나에게는 고작 주방용품과 욕실용품 조금들과 며칠을 버틸 수 있는 옷가지와 화장품이지만 차에 가득 차있었다. 내가 집이라고 느낄 정도로 짐을 다 채우기까지는 이후에 4번을 더 옮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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