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위로하려 하지 않는 마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어떤 사람은 친구 여럿을 불러놓고 이야기하며 풀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홀로 방 안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한다. 이상하게도 20대 초반의 나는 완벽하게 전자에 속했었는데, 지금은 점점 후자에 속해 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로가 받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 이렇게 힘들었어. 그러니깐 무슨 말이라도 해서 나랑 같이 공감해줄래?’와 같은 느낌이랄까. 한 마디로 사실상 답은 정해져 있는데, 상대방은 대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난 항상 내 감정을 설명하고 공감을 받아야지만 직성이 풀렸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엄청난 에너지 소모처럼 느껴져서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찾아서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상대방에게 굳이 내 상태를 검증받지 않아도, 내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아닐까. 그래서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곡의 노래가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하루 끝에는 잔잔한 멜로디 속에 흘러나오는 가사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듣고만 있어도 위로가 되는 노래들이 있다. 떠오르는 여러 가수들이 있지만 특히 그중에서도 가수 선우정아를 좋아한다. 워낙 잔잔한 멜로디가 있는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가수가 전달하는 가사를 듣고 있으면 그냥 위로가 된달까. 가수 선우정아의 노래는 다 좋지만 그중 단연 최고는 이 노래가 아닐까 싶다.
<도망가자>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 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해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왜 이 노래가 그토록 매번 위안을 주는 걸까 생각해보니 이 노래에는 그 어떤 강요도 의견도 들어있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애써 위로하려 하지 않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랄까. 이렇듯 누군가를 위로할 때는 거창한 말들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너와 함께 있어주겠다는 마음, 그리고 네가 손을 내밀면 잡아주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된다. 그래서 난 이제 누군가를 위로할 때, 꼭 필요한 말이 아니고선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같이 있어주는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아니깐.
꼭 한마디 말을 하고 싶다면 나는 이 한 마디면 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위로가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어느 날 밤, 나보다 여덟 살은 많았던 선배 언니가 나에게 해줬던 이 한 마디가 그 어떤 말들보다 위로가 되었던 것처럼 위로를 할 때는 거창한 말들은 필요하지 않다. 혹 누군가 당신에게 위로가 필요하다고 찾아온다면 그저 옆에서 가만히 들어주자. 그저 손을 내밀면 잡아주겠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될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