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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인영 Apr 01. 2021

이제는 내가 확실히 아는 것

스스로를 증명하려고 애쓸 필요 없는 이유

한 번 경험하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있다. 바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그 순간의 짜릿함. 

어쩌면 나는 20대 중반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이 사회 구조 속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내 성장의 큰 동력 중 하나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인정에 대한 욕구가 단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회가 경쟁으로 치닫다 보니 자연스레 생기는 욕구이며, 개인이 성장하는데 큰 자극제가 된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되고 나서 보니, 취준생이었던 24살의 내가 1년간 취업이란 큰 인생의 문턱 앞에서 그토록 방황하고, 또 방황했던 이유를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그러하듯 24살의 나는 남들의 시선과 가족들의 기대 속에서 높은 연봉,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는 대기업, 이 두 가지만을 신경 쓰며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고선 말이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취준의 방황 속에서 어쩌면 난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그저 마케팅이 좋아 얼떨결에 입사한 회사에서 누구보다 좋은 팀장님을 만나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내 적성에 딱 맞는 일을 하루하루 즐겁게 하고 있는 나의 현재에 매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다 보니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마음에 어느새 나의 성취감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설령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설령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언정 ‘그저 그 순간에 내가 최선을 다하면 되었다’ 생각하며 말이다. 이런 생각 때문이었을까? 난 크고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되었고, 이는 곧 ‘남들의 인정’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언정 나만 내 가치를 알고 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내가 그 순간에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고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닌가? 란 생각 말이다. 나의 24살 취업 준비 시절이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나 자신과의 충분한 대화 없이 그저 ‘남들의 시선’을 우선시하며 연이은 탈락 문자 하나로 나 스스로가 지닌 가치를 온전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6년 차 대리가 된 지금 나에겐 또 다른 꿈이 생겼다. 바로 나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보다 가치 있는 삶이 되는 것. 아직 청사진처럼 모든 길이 뚜렷하지도 않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이제는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가 더 중요하단 것을.  24살의 나와 30살의 내가 달라진 게 있다면 ‘빨리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다는 것’, ‘남들의 시선을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것’ 그저 내 앞의 한계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느리지만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그 길이 곧 내 길이 되고, 내 인생이 되는 삶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이고, 그리고 응원해주고 싶은 삶을 살아가는 나를 그리며 오늘도 작지만 힘찬 한 걸음을 내디뎌본다. 내가 나의 가치를 안다면, 그리고 내가 나의 노력을 안다면, 그거면 지금으로선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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