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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인영 Aug 07. 2023

정신 차리고 보니 일 년 사이 세 번의 이별을 했다.

[Ep.1] 지금 너 정말 어때? 괜찮아?

정신 차리고 보니 일 년 사이 세 번의 이별을 했다. 모든 만남의 시작은 항상 진심이었지만 첫 번째는 내가 끊어냈고, 두 번째는 누가 먼저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이별이었으며, 세 번째는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이제 좀 진득하게 만나보라는 오랜 친구의 말을 들은 지 채 되지도 않았는데 조만간 또 한 소리 듣겠구나 싶다. 근데 친구 잔소리야 한번 들으면 그만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세 번의 이별을 겪고 난 뒤 나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마음이 나에게 물었다.
‘지금 너 정말 어때? 괜찮아?’

만남의 기간이 마음의 농도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남의 횟수보다 함께 한 시간의 밀도가 더 높았을 때의 끝이 항상 더 진한 여운으로 남았으니깐.


최근 들어 나에게 그 밀도를 결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얼마 전의 만남에서 나는 왜 마음이 끌어 오르지 못했을까. 반복되는 관계의 끝자락마다 피어나는 허탈함에 알게 모르게 지쳐있었던 걸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 상처받기 두려운 마음에 괜스레 마음을 사렸던 걸까. 그게 무엇이든 헤어지고 나면 비로소 상대방에 대한 내 마음의 크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의 마음은 계속 나에게 신호를 주고 있었다. 너는 지금 평소의 너 같지 않게 활활 타오르고 있지 않다고. 그렇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내가 먼저 끊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일말의 기대가 남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더 있다 보면 뜨거워질 수 있을 거야’하는 기대.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건 어디까지나 나에게 찾아온 인연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었다.


마음에게 답한다. 이별 후 여지없이 찾아오는 잔잔한 공허함보다도, 일상의 타격감 하나 없이 무덤덤해진 스스로에 대한 씁쓸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이런저런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이 지나갈 때마다 찾아오는 시니컬해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매일 쓰는 일기장에 나도 모르게 이 문장을 쓰고 말았다.


지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관계들이.
신경 써야 하는 모든 관계들에 지친다.


그러나 정말 모순적이게도 마음 한편으로는 또다시 기대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네가 오래도록 꿈꿔왔던 그 관계를. 그리고 그 사이 피어나는 행복한 가정을.


곧이어 마음에게 솔직하게 답했다. 결국은 사랑이라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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