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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Jul 10. 2020

신민이 아닌 시민으로

0 아니면 1이 아니라

인지부조화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이 있다. 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란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믿음,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 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 등을 말한다. (정의 전문 출처: 위키피디아) 요즈음 뉴스들을 보며 이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선호와 반대되는 데이터를 접하면 어느 정도는 다음과 같은 루트를 밟는다.


(1) 자신이 선호하는 ㅇㅇ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듣는다.

(2) 해당 소식의 가치를 절하하거나,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다.

(3)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영상이나 자료를 찾아다니고,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자신의 기존 선호를 강화한다.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로(아무나 유튜브로 영상을 찍거나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기자들도 기사를 쓸 수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정보나 관점을 찾아보는 건 이전보다도 쉬운 일이 되고 있다. SNS에서 자신과 견해가 같은 사람들만 팔로우를 한다던가. 물론 이런 정보의 주관성 이야기를 할 때도 말도 안 되는 파시스트들이나 안티 페미니스트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이미 반박당한 논리를 우려먹은 헛소리를 계속 고문당하듯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내 선호에 반하는 뉴스를 보게 되면, 그것이 못 믿겠다면 관련한 정보들을 찾아보자. 사실 위주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와 물적(조작된 것 아닌지 확인해보고) 자료들을 찾아보자. 그에 대해 견해만을 늘어놓은 뉴스나 커뮤니티 글, 댓글들 말고. 사실과 맥락을 정리하고 자신이 기존에 믿던 점을 어떤 점에서 배반했는지 검토해보자. 그리고 사실로 인정된다면 인정하자.


집단사고

어느 순간 이 사회에서 정치적 지지란 100% 아니면 0%. 0 아니면 1 같은 실무율에 따르고 있다. 힘을 가진 자가 부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에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집단사고(groupthink)는 똑똑한 개인들이 모여 왜 비합리적 사고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집단적 상호 관계에서 의견은 극화 polarize 되고, 기존 신념을 반박하는 근거는 가치 절하되며,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근거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 그러한 집단사고에 대한 방지책으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내부의 비판자, 원래 개념으로는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r)이다. 끊임없이 내부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조직은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는 쪽으로 빠지지 않는다. 특히나 힘이 있는 조직에서는.


원시적인 도덕과 규율은 종교의 모습이었다. 종교 신앙의 특징 중 하나는 맹목이다. 무조건적으로 숭배하고 신을 의심하지 않는 것. 이는 오히려 원시적이고 직관적인, 쉬운 형태의 정치다. 네가 왜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 도덕 철학의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전능하신 신이 그러지 말랬어!’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리고 많은 대중은 현대 사회의 정치적 신념도 이러한 형태로 내재한다. 그게 더 쉽고, 인지부조화나 의심과 경계와 같은 고통도 겪을 일이 없다. 종교에서 신이 가르치는 것을 스스로 비판해보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진 않지 않는가? 하지만 편한만큼 이는 잃는 것이 더 많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히려 종교적 형태의 숭배를 보이던 사람이 인지부조화를 견디지 못하고 0 아니면 1 중에 0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다 잘못됐다, 이제 내가 선호하던 정치세력의 반대 세력을 무조건 지지해야겠다는 선택. 극단성만을 허용하는 세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특정인에 대한 선호와 지지는 적당히만 하자. 문제가 발생하면 무엇을 고쳐나가야 할지, 이때까지 뭐가 문제였는지를 고민하는데 시간과 정신을 할애해야지, 문제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당신은 시민이지 신민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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