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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Aug 01. 2020

이건 인성 싸움이 아닙니다

세입자가 나쁘다? 집주인이 착하다?

집 장만과 관련된 글들에서 이상한 논의들을 보고 글을 남기게 되었다. 글의 내용은 집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구매할 집의 이전 세입자로 인해 겪은 불편함을 다루고 있었는데(글을 쓰신 분께는 심심한 축하의 말씀을), 댓글이 웃겼다. 이래도 다주택자가 나쁘냐, 이상한 세입자가 더 많다는 내용이었다. 맥락상 최근 이루어지는 다주택자 과세 정책에 불만을 갖고 하신 말씀 같은데, 일단 이 사회에서 누가 '다주택자가 나빴어!'를 근거로 정책을 집행한단 말인가. 이건 인성 싸움이 아니다. 마치 친일파를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착한 친일파도 있어! 나쁜 독립군도 있었어!'와 같은 반론을 펼치는 것과 같다.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 한번도 집주인의 인성을 근거로 한 적이 없다. 물론 언론에서는 이런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뉴스는 사실상 감정을 자극하여 특정 반응을 유도해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편집 방향에 맞는 일화를 많이 이용한다. 인간은 직접 목격하거나 경험한 구체적 사례를 세상을 이해하는 절대적 정보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 편향 availability bias) 언론이 나쁜 세입자의 이야기, 착한 임대업자의 한숨을 집중 조명한다면 조금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좋은 임대인들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게 그 분들의 굉장한 불로소득을 사회가 보호해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려야 하는 원론적인 이유는 (1) 다주택의 소유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 (2) 불로소득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서다. 당신이 집 다섯 채를 가지고도 그 다섯 채에 요일별로 나눠서 산다면 딱히 불로소득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대부분은 이를 가지고 임대업을 한다. 그리고 노동 소득자인 내 입장에서 보기에 나는 안 먹고 결혼 안 하고 아이를 안 낳아도 사실상 영원히 집을 살 수가 없다. 부모의 소득 없이는 사람이 평생 벌어도 적어도 내가 살 수 있는 집 한 칸을 꿈꿀 수 없는 사회에서 집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굉장히 불필요한 논의들이 빗발치는 것 같다. 세입자들이 너무 못 되어서 힘들어서 못 해먹겠으면 임대업 그만 하시고 노동 소득을 노려보시라. 그 100배는 더 진상인 자들의 수발을 들며 시급 8590원을 벌다보면 생각이 달라지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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