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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Jan 10. 2019

단 하나의 진로를 거부한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바쁜 당신, 혹시 당신의 이야기인가?

첫째. 다양한 분야에 발을 담그고 바쁘게 산다. 동시에 누구보다도 이뤄놓은 것이 없다. 

둘째. 새로운 분야를 대강 할 줄 알면, 그때부터 디테일한 부분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셋째. 내 관심 분야들은 사실 서로 별 관련성이 없다.

넷째. 한 가지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시 당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걸음을 멈춰보자. 혹시 당신은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을 즐기는가? 항상 배움에 대한 열망에 가득 차 있지만, 1차 시험까지만 치고 나면 흥미를 잃어버리는가?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했지만 온전히 한 분야로만 자신을 정의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주목해보자. 당신은 단순히 ADD(주의력 결핍 장애)이거나 목표가 없는 사람이 아닌, 새롭게 열릴 통섭의 시대에 큰 잠재력을 지닌 인재일 가능성이 크니까. 



가장 곤란한 질문: 장래희망 - 꼭 선택해야 하나요?

내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 나의 장래희망은 “영어 선생님”, “캐릭터 디자이너”, “정신과 의사”였다. 나의 장래희망에는 방향성이 없었다. 삶도 그랬다. 과학과 수학을 좋아했지만 철학과를 지망하다가, 결국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생물학을 배웠고, 현재는 디자인, 웹 개발, 그리고 법 분야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졸업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연히 한 가지 전문성을 가지지 못했으니 번듯한 직업은 없었고, 과연 내가 대충 사는 것인가 자문해보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배웠다. 다만 온 삶을 한 분야에만 묻고 싶지는 않았다. 다양한 분야를 새롭게 배워나가는 것이 중요했지, '최종적인 한 가지 목표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20대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 데 모아 단 한 가지 직업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식물, 심리학, 미술을 합한 원예 미술 치료사?라는 고민을 했지만 나에게 흥미로운 선택지는 아니었다.) 많은 분야를 배웠지만, 모든 분야에서 아마추어였다. 


다 좋은데 한 가지는 못 고르겠다. 



넓고 얕은 지식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이름

이처럼 단 한 가지의 전문성만을 추구하지 않는 대신, 여러 분야에서 폭넓은 소양을 쌓는 사람들은 과거에도 있어왔고(레오나르도 다빈치), 현대에도 존재한다(스티브 잡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부르는 표현도 전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 에밀리 와프닉은 그녀의 저서 <모든 것이 되는 법>은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멀티포텐셜라이트(multipotentialite) : 여러 분야에 걸친 흥미와 재능을 가진 다능인

-폴리매스(polymath): 박식한 사람, 다방면에의 지식을 강조.

-르네상스형 인간(만물박사): 다양한 분야에 흥미와 지식을 가진 사람.

-팔방미인, 잭오브 올 트레이즈(Jack of All trades): 다방면의 기술적 측면 강조

-재너럴리스트(Generalist): 전문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 대응하는 개념

-스캐너(scanner): 수많은 분야에 강렬한 호기심을 지닌 사람, 바버라 셔의 <선택을 거부하라>에 등장


또한 호리에 다카후미는 자신의 저서 <다동력>에서 많은 것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힘을 '다동력'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정보화 사회에 필수적인 능력임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한국어 표현 중에는 에밀리 와프닉의 멀티포텐셜라이트의 번역인 다능인多能이 있다. 



자기 이해의 중요성: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우리는 살면서 여러 외부 조건에 자신을 맞춘다. 학창 시절은 대입과 수능이라는 단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달리고, 이후에는 취업, 혹은 수험 통과라는 목표를 위해 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어떤 분야에서 비교적 부진한 지', '어떤 방식의 삶이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재한다. 입시에서 한 가지 전공에 들어맞는 스토리 텔링, 진로에 있어 모두가 한 가지 전문성을 가진 커리어로 완성되는 삶의 시나리오, 이게 진정으로 나에게 맞는 삶의 양식인가 모두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절, 나는 한 가지 인생만을 살고자 수험에 뛰어들기도 했고, 억지로 한 가지 분야에 취업을 해보려고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되어야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뒤 여러 분야에서 프리랜서 혹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비록 한 가지 완성된 커리어는 없지만 지금이 이때까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자부한다. 누군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일찍,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해주었더라면 나는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한 이해를 수용하는 데 있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이런 류의 사람은 우리가 최초가 아니라는 것,

우리 주변에, 또 다른 나라에서,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우리를 부르는 많은 호칭이 있으며, 누군가는 우리를 여행자라고 불러주기도 했다. 


우리는 단 한 가지의 진로를 선택하지 않아도 좋다. 




함께할 고민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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