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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픽처 Apr 14. 2024

루체른에서 잃어버린 감성을 찾아서

나는 행복합니다~


스위스로 오기 전까지 루체른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럼에도 첫 번째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취리히 공항에서 가까운 큰 도시면서 날씨가 가장 좋았기 때문. 여행을 떠나면 장소보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스위스에서 하고 싶은 것들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생각만 많아지다 보니 결국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 하는 느낌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온 스위스인데 계획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픈 아이러니라니. 결국 의도치 않은 하루살이 여행자가 되어 그날그날 끌리는 대로 여행하기에 이른다. 덕분에 못 해본 것들이 더욱 많아 다음 스위스 여행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스위스 여행 두 번 다녀오면 그 친구랑 친하게 지내라던데... 저는 '그 친구'가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날의 루체른을 담은 영상.mp4
웰컴 투 루체른!


루체른의 감성에 빠지다


아직도 생생한 7월 22일 루체른의 오후.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갈색 지붕의 건물들, 맑은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한 얼굴을 한 사람들의 모습들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미쳤다. 진짜 미쳤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 감동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내 혼자서라도 이 행복과 기쁨을 만끽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래 어떻게 온 스위스인데 즐길거야라는 보상심리일지도 모르지. 그때의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열심히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덕분에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글을 쓸 수 있는 거 아닐까. 무엇보다 낯선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그 오묘한 감정이 여러분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루체른 어땠어? 라는 질문에 이 사진이면 대답이 됐으려나.
우뚝 솟은 두 첨탑이 인상적인 성 레오데가르 성당 (좌) / 루체른 호수를 바라보며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 (우)
루체른 시내를 가로지르는 로이스 강의 작은 인도교, 시청사 다리(Rathaussteg).
시청사 다리를 색다른 시선으로 담아보았다. (세 장의 사진 모두 내가 애정하는 컷들이라 이렇게라도 끼워 넣고 싶었...)
루체른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카펠교(Kapellbrücke).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이 있는 목조다리로 길이가 280미터에 이른다.
카펠교 다리 양 옆에는 이렇게 눈길을 사로잡는 꽃들이 1년 내내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꽃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윤슬을 담아본다 (좌) / 카펠교 수상탑을 배경으로 백조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
그래도 루체른 랜드마크인데 인증샷은 못 참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미장센을 닮은 레스토랑 찰칵!!
노천 좌석에 앉아 저녁으로 퐁듀를 먹으려고 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실패했다는 슬픈 이야기.
 아빠와 아들이 함께 앉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났다. 잠시 적적해진 마음을 귀여운 참새들의 밥먹는 모습을 보며 달랬다고 한다.
따스한 오후의 색깔로 물든 카펠교의 모습은 환상 그 자체였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고만 있어도 너무나 평온했던 순간.
메말라있던 내 감성 세포가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루체른의 오후는 너무나 눈부셨다.
스위스에서 가장 큰 바로크 양식의 예수회 교회(우측)와 그 뒤로 펼쳐진 거대한 암벽산까지. 자연과 건축이 유난히 잘 어우러지는 루체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납작 복숭아와 함께여서 행복한 여름이었다. (ft. 파란 하늘에 펄럭이는 스위스 국기)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미드나잇 인 파리> 한 장면 같았던 노천카페의 모습.
여행 스타일이 은근 잡식이라, 관광객으로 붐비는 유명 스팟들도 가보는 편. 루체른까지 왔으니 '빈사의 사자상' 보고 가야쥐~ 생각보다 거대해서 놀랐던 기억. (10m X 6m)
사자의 얼굴이 궁금해서 S23 울트라 10배 광학줌으로 땡겨서 봤더니, 너무나 지쳐 보였다. 알고 보니, 루이 16세를 지키던 용병들의 지친 모습을 사자의 얼굴에 담았다고 한다.


맥도날드, 얼마까지 먹어봤니?


루체른의 풍경에 취해 산책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물론, 납작 복숭아를 몇 개 먹긴 했는데 그건 애피타이저니까. 구글 맵을 보면서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가 결국 익숙한 그곳, 맥도날드로 향했다. 아무리 낯선 해외여행지라도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발견하면 안심이 되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니겠지? 세계의 물가를 비교할 때 빅맥 지수가 자료로 많이 등장하는데, 과연 스위스의 맥도날드는 얼마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국과 비교했을 때 최소 2배~2.5배 비쌌다. 내가 주문한 건 상하이 크리스피와 비슷한 '홈스타일 치킨 크리스피' 세트에 감자튀김을 샐러드로 변경, 제로 콜라였는데 15.90 스위스 프랑이 나왔다. 한화로 약 24,000원. 엄청난 가격 쇼크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렸더니 지인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당사자인 나는 오죽했을까. 드레싱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그냥 빅맥 먹을 걸 그랬다. (빅맥 세트는 12.90 스위스 프랑, 한화로 약 19,000원)


스위스 맥도날드는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물론, 가격도 예사롭지 않았지.


나 유람선 좋아했네!


윤슬이 반짝반짝 빛나는 루체른 호수를 유유히 떠다니고 있는 유람선을 보고 있으니 참을 수 없었다. 운행 스케줄을 확인하고,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었다. 50만 원짜리 스위스 패스로 무료 탑승할 수 있는 유람선인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해당하지 않는단다. 그렇게 또 18 스위스 프랑 지출(한화 약 26,000원). 가벼워진 지갑과 함께 오후 5시 배는 출발했다. 배의 앞자리에 앉아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이름 모를 병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더랬지. 그래, 어쩌면 내가 바라던 여행이 이런 것이 아닐까 감상에 젖어들 때쯤 펼쳐지는 풍광에 눈물이 날 뻔했다.


이런 풍경을 1시간 동안 볼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해? 네. 루체른에서는 가능합니다.
유람선을 타고 10분만 나가도 볼 수 있는 대자연. 유람선 탈 맛 나더라!
말이 나오지 않는 루체른 호수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는... 최고다 최고!
파란 호수와 초록 산들 사이에 피어난 요트.jpg
엔딩으로 꼭 쓰고 싶었던 (비픽처 픽) 베스트 컷! 오후의 햇살이 루체른 도시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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