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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픽처 Jun 16. 2024

리기산에서는 리기 맥주를 마셔야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갑자기 등장한 옛날 노래 가사에 놀라셨을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노래 속 가사처럼 정말 스위스에서는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있더라. 루체른에서 비츠나우(Vitznau)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1초도 쉴 수 없었다. 이렇게 멋진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어찌 쉴 수 있으랴. 1시간의 여정이 눈 깜짝할 사이 끝나버려 괜히 아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 갈길이 멀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리기산 정상의 리기 쿨름(Rigi Kulm)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러 역으로 이동했다.


루체른에서 비츠나우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스위스 산악 열차와의 첫 만남!


유튜브와 TV에서 많이 보던 스위스의 톱니바퀴 열차를 드디어 타보는구나.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에 아직도 가슴 설렐 수 있어 뭔가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그 설렘은 이내 현실로 바뀌었다. 7월 성수기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리기산으로 올라가는 산악 열차에서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좌측 창가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는 걸 본 기억이 떠올랐다. 괜히 조마조마하면서 내 탑승 차례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문 앞에 간이 의자 자리를 득템(?)할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놀라고,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아찔한 스위스의 풍경에 또 한 번 놀라는 사이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참고로, 스위스 트래블패스가 있으면 리기산을 오가는 열차는 모두 무료)


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으면, 역무원이 티켓 검사를 한다.
리기산으로 올라가는 톱니바퀴 열차 타면 대충(?)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미세먼지가 있어서 쪼끔 아쉽긴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새삼 스위스의 산악 철도 기술에 대해 감탄 또 감탄. 괜히 우리나라에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산악 철도를 설치하기 어렵겠지? 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리기산이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


유명 관광지 또는 특정 여행지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미사여구. (EX.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같은 표현) 스위스 여행지 중에 유독 리기산을 검색하면, '산들의 여왕 리기산'이라는 표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도대체 풍경이 얼마나 멋지길래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걸까? 기대했는데 괜히 실망하는 건 아닐까? 라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쿨름 역에 내렸다. 역시 스위스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어. 사실, 기차 타고 출발할 때부터 입을 다물지 못했다 ㅎㅎㅎ. 드넓게 펼쳐진 초원에 핀 야생화부 장난감처럼 보이는 산악 열차,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호수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능선을 보고 있으니 근심걱정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TMI. 리기산이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찾아봤는데, 아름다운 알프스의 풍광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미니어처 세트 같았던 리기 쿨름역의 모습.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분명 유명한 관광지라고 했는데, 사진 보니까 사람이 별로 없네 하신 분 계신가요? 사실, 실제 모습은 이렇습니다 ㅎㅎ
식상한 표현이지만 쓸 수밖에 없는 '에메랄드빛 호수'. 여태껏 본 호수 중에 가장 비현실적인 물색깔이었달까.
인증사진도 놓칠 수 없지! 사진은 감성적이지만, 사실 여긴 낭떠러지 같은 스팟이라 오돌오돌 떨면서 사진을 찍었다.
좋은 건 크게 봐야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현실 맞습니까 휴먼?
아니 이렇게 멋진 피크닉 장소 본 적 있나요?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던 순간.
아쉬운 대로 피크닉 대신 납작 복숭아 먹으면서 멍 때리기. 크 달다 달아~


리기산에 왔으면 리기 맥주를!


몰디브에서 모히토 한 잔 대신, 리기산에서 리기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리기산에서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맥주(셀프트래블 가이드북 감사합니다)라고 해서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며 상점으로 들어섰는데 관광객들이 많아서 대기를 해야 했다. 마침 한국 패키지여행 인솔자 두 분과 나란히 줄을 서게 되면서,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참고로 코로나 이전, 여행사에서 약 5년간 마케터로 근무한 1인) 실제 인솔자분들에게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맥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딴 길로 샜는데, 리기 맥주 다들 꼭 마셔 보시라. 좋은 물을 써서 그런지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져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 스위스 프랑(한화로 약 7천 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우측 야외 테라스 명당자리는 만석이라 아쉽게도 다른 그늘 자리에서 맥주를 마셨다. 다음엔 명당자리를 꼭 사수하리라!
라벨 마저 유니크했던 리기 맥주! 산악 철도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잘 담아내기도 했고, 블랙 골드 레드 색 조합도 굳.
테라스 명당자리 아니어도 충분히 멋진 알프스 뷰를 즐길 수 있다. 오히려 좋아!


리기산을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타고 올라온 산악 열차를 이용하던가 아니면 걸어서 내려가던가. 고민 끝에 리기 쿨름 정상에서 다음 정거장까지 일단 걸어가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 왜 리기산이 하이킹 천국으로 불리는지 바로 납득하고 말았다. 뭔가 천국을 산책하는 느낌이랄까.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람에 일렁이는 야생화들 사이로 마치 알프스 청년(차마 소년이라고 쓰진 못 하겠습니다... 양심에 찔려서)이 되어 콧노래를 부르며 최고의 하이킹을 즐겼다. 해발 고도가 높았기 때문에 바람도 적당히 시원하고, 습도도 높지 않아서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던!



이런 하이킹 코스라면 하루종일 걸을 수 있어!
호수 위에 내려앉은 구름의 그림자.
다음 여행에는 나도 누군가와 함께 이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라며. (비나이다)
갈 길이 먼 여행객은 이런 여유를 즐기지 못하고 사진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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