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갑자기 등장한 옛날 노래 가사에 놀라셨을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노래 속 가사처럼 정말 스위스에서는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있더라. 루체른에서 비츠나우(Vitznau)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1초도 쉴 수 없었다. 이렇게 멋진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어찌 쉴 수 있으랴. 1시간의 여정이 눈 깜짝할 사이 끝나버려 괜히 아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 갈길이 멀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리기산 정상의 리기 쿨름(Rigi Kulm)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러 역으로 이동했다.
스위스 산악 열차와의 첫 만남!
유튜브와 TV에서 많이 보던 스위스의 톱니바퀴 열차를 드디어 타보는구나.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에 아직도 가슴 설렐 수 있어 뭔가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그 설렘은 이내 현실로 바뀌었다. 7월 성수기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리기산으로 올라가는 산악 열차에서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좌측 창가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는 걸 본 기억이 떠올랐다. 괜히 조마조마하면서 내 탑승 차례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문 앞에 간이 의자 자리를 득템(?)할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놀라고,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아찔한 스위스의 풍경에 또 한 번 놀라는 사이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참고로, 스위스 트래블패스가 있으면 리기산을 오가는 열차는 모두 무료)
리기산이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
유명 관광지 또는 특정 여행지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미사여구. (EX.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같은 표현) 스위스 여행지 중에 유독 리기산을 검색하면, '산들의 여왕 리기산'이라는 표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도대체 풍경이 얼마나 멋지길래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걸까? 기대했는데 괜히 실망하는 건 아닐까? 라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쿨름 역에 내렸다. 역시 스위스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어. 사실, 기차 타고 출발할 때부터 입을 다물지 못했다 ㅎㅎㅎ. 드넓게 펼쳐진 초원에 핀 야생화부 장난감처럼 보이는 산악 열차,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호수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능선을 보고 있으니 근심걱정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TMI. 리기산이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찾아봤는데, 아름다운 알프스의 풍광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기산에 왔으면 리기 맥주를!
몰디브에서 모히토 한 잔 대신, 리기산에서 리기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리기산에서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맥주(셀프트래블 가이드북 감사합니다)라고 해서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며 상점으로 들어섰는데 관광객들이 많아서 대기를 해야 했다. 마침 한국 패키지여행 인솔자 두 분과 나란히 줄을 서게 되면서,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참고로 코로나 이전, 여행사에서 약 5년간 마케터로 근무한 1인) 실제 인솔자분들에게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맥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딴 길로 샜는데, 리기 맥주 다들 꼭 마셔 보시라. 좋은 물을 써서 그런지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져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 스위스 프랑(한화로 약 7천 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리기산을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타고 올라온 산악 열차를 이용하던가 아니면 걸어서 내려가던가. 고민 끝에 리기 쿨름 정상에서 다음 정거장까지 일단 걸어가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 왜 리기산이 하이킹 천국으로 불리는지 바로 납득하고 말았다. 뭔가 천국을 산책하는 느낌이랄까.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람에 일렁이는 야생화들 사이로 마치 알프스 청년(차마 소년이라고 쓰진 못 하겠습니다... 양심에 찔려서)이 되어 콧노래를 부르며 최고의 하이킹을 즐겼다. 해발 고도가 높았기 때문에 바람도 적당히 시원하고, 습도도 높지 않아서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