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여행지가 있다.
사진을 보면 그때의 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
'울산 간월재'가 나에게는 노스탤지어다.
프롤로그
7년 전쯤 됐을까. 페이스북에서 본 사진 한 장에 넋을 놓고 말았다. 분명 산 정상 같은데, 황금빛으로 물든 억새가 춤추고 있는 도저히 한국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여행지를 발견한 것. 그곳이 울산의 간월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시 대구에 살던 나는 가까운 곳이니까 나중에 가봐야지 하고 넘겼다. 시간은 흘러 취업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게 되고,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간월재가 머릿속에서 잊힐 때쯤, 국내여행 동무들과 함께 억새가 만발한 10월의 간월재로 떠나게 되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해발 900m에 위치한 간월재 억새평원! 배내골의 사슴농장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6km의 여정을 시작했다. 과거 차가 다니던 임도였기 때문에 트레킹화 없이도 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조차 예사롭지 않은 간월산의 풍경은 말해 뭐해~ 그날따라 하늘은 어찌나 파랗고, 기온마저 적절해 땀이 날만하면 바람에 씻겨 내려가는 순간으로 기억된다. 물론 금요일 연차 쓰고 떠난 여행이라 더욱 완벽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날의 사진을 보며 에피소드를 끄적 해보려 한다. (마스크 없이 깨끗한 공기 마구마구 마시던 2년 전의 여행이 너무나 그립다ㅠㅠ)
TIP. 이번 여행기는 PC로 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가로 사진이 많은 건 바로 그 이유^^
그립다 그리워! 그래서 올해 또 갈 예정(...)
간월재 트레킹, 그 여정의 시작
등산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이건 반칙이지!
길이 험하지 않아 주변의 풍경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간월재 트레킹의 특징이자 추천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알프스를 가보진 못했지만 '영남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멋지기 때문에 그 수식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운동화 신고도 이 정도 풍경을 즐길 수 있으니 전국의 산린이 여러분, 올 가을은 간월재입니다!
들어는 봤나, 산티아고 아니 간티아고!
간월재에 가까워졌음을 알게 되는 순간. jpg
함께 여행한 이들과는 우스갯소리로 '간티아고'라는 별명을 붙였다. 세 명 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보진 않았지만 그 느낌적인 느낌이란 게 있지 않나. 모두 다 동의했다. 그러면 된 거다 ㅎㅎ 실제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분위기가 비슷한지 간월재와 비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년의 기다림, 드디어 이루어지다!
파란 가을 하늘, 황금빛으로 물든 언덕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간월재에 왔으면 이 돌탑 앞에서 인증샷은 필수! 제대로 남긴 간월재 인증샷! (Photo by @김노을)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 우리는 쉴 새 없이 웃고 떠들며 간월재 정상으로 향했다. 그렇게 약 1시간 반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꿈에 그리던(?) 간월재의 실체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자마자 나온 첫마디 "와, 미쳤네 미쳤어!" 진짜 미쳤다. 풍경이. 이런 전율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금강산, 아니 간월재도 식후경
사실 다른 메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컵라면, 컵라면을 주시오!
여행을 떠나기 전, 간월재에 올라가면 컵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는 꿀팁(!)을 실천하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다행히 신라면을 비롯한 몇몇 컵라면이 남아 있어서 우리는 신라면, 새우탕, 햇반 그리고 삶은 달걀을 구입하고 먹기 위한 세팅을 끝냈다. 이것이 인스타그램의 폐해일지도 모르지만, 인증샷을 뛰어넘는 그 아찔한 맛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해발 900미터의 산에서 맛보는 컵라면 치고 가격이 착해서(큰 컵 3천 원, 작은 컵 2천 원) 아주 만족스럽게 클리어했다. 단, 휴게소 영업시간이 4시 반까지이니 참고해서 올라갈 것.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니 따뜻한 음료가 생각나더라. 후식으로 율무차까지 마시니 이대로 하산해도 되겠다 싶었다. 물론 그랬다면 평생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빛으로 물든 억새평원을 바라보니 이게 신선놀음 아닐까 싶더라. 바람에 스치는 억새들의 파스스~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남은 율무차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천국이다. 여기가 바로 억새 천국!
신불산(1,209m)과 간월산(1.083m) 사이에 자리 잡은 간월재(900m). 이곳에 펼쳐진 억새 평원은 오직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그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놀라고, 시시각각 물드는 평원의 색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이날은 정말 눈으로만 담기에 너무 아쉬워서 카메라로 부지런히 여행의 순간을 기록했다.
마법이 시작되는 시간, 5시
오후 5시의 빛이 신불산과 간월재를 물들이던 순간. 간월산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바라본 데크의 풍경. 해발 900미터의 간월재에서는 할레이션 사진 찍기가 식은 죽 먹기 이날 내가 억새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다(ㅋㅋ)
이곳은 노을 맛집인가, 억새 맛집인가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던 풍경 억새평원을 물들인 10월의 노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쓸 멘트가 없다(!)
"우리들의 행복했던 간월재 여행, 다음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