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인생 2부

멈추다

— 바위 앞에서 배우는 쉼의 철학



등산을 하다 보면 반드시 바위를 만난다.


길을 막고 서 있는 바위,

발을 헛디디게 할 만큼 매끄럽고 차가운 바위,

혹은 그 위에 앉아 쉬기 좋은 듯 평평한 바위.


우리는 그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멈춤의 순간에 번뇌가 찾아온다.
“여기서 돌아갈까? 아니면 넘어갈까?”




그러나 산은 말한다.
“멈추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우리는 멈추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현대의 삶은 끊임없이 우리를 재촉한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멈추는 사람은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바위 앞에서 숨을 고르는 순간을 경험하면 깨닫게 된다.

멈춤은 뒤처짐이 아니라 회복의 기술이며, 다음 걸음을 위한 재정비라는 사실을.

바위 위에 잠시 앉아 주변을 바라보면

나무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흔들리고, 바람은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잠시 멈추었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멈춘 순간 우리는 더 넓게, 더 깊게 주변을 느끼게 된다.

멈춤은 번뇌를 정리할 기회를 제공하고, 지친 마음에 산뜻한 바람을 스며들게 한다.


삶에서도 장애물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장애물은 때로 우리가 너무 빨리 달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며,

지금 잠시 쉬어도 괜찮다는 자연의 설계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번뇌와 희망의 관계이다.
장애물이 우리를 괴롭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계속 고민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희망은 번뇌의 반대편이 아니라, 늘 번뇌의 옆에서 자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려와 보면 알게 된다.
그 바위가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 단단해지지 못했겠구나.


넘어지며 배우고,

기대며 버티고,

울며 지나왔던 그 자리들이 결국 나를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바위는 걸림돌이 아니라 여정의 일부이며, 우리를 살게 하는 쉼의 자리다.
인생의 장애물 앞에서 멈추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 희망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등산과 인생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