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다
산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왜 이 길을 오르려 하는가.”
처음에는 이유가 단순하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저 멀리 보이는 정상에 서 보고 싶어서,
혹은 그저 걷고 싶어서.
그러나 설렘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오름길은
금세 우리에게 진짜 이유를 묻게 만든다.
초입의 산길은 부드럽다.
낙엽은 바스락거리고,
발걸음은 경쾌하다.
얕은 냇물을 건너고,
수풀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따라 걷는 동안
우리는 마치 인생도 이렇게 순조롭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길이 점점 가팔라지고 호흡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처음의 설렘은 금세 무거운 질문으로 변한다.
“계속 갈까, 여기서 멈출까.”
이 번뇌는 우리 삶에서도 늘 함께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기대는 어느 순간 현실의 벽과 마주한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점점 ‘버텨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어떤 날은 발걸음이 무겁고, 어떤 날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산은 그런 우리에게 묻는다.
“그럼에도 너는 왜 계속 걸으려 하는가?”
조금 더 오르면 시야가 열린다.
지금까지 힘겹게 올라온 길을 잠시 돌아보게 되는 순간,
우리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아래에 있던 세상은 작게 보이고,
조금 전까지 힘들었던 길은 그저 한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인생도 그렇다.
높은 곳은 고되지만 시야가 넓어지고,
낮은 곳은 편안하지만 시야가 좁다.
결국 우리가 얻는 지혜는 그 고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때 알게 된다.
희망은 정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잠시 스며드는 바람 한 줄기에도,
힘든 고개를 넘기기 직전의 숨 고르기에도,
‘그래도 한 걸음 더 가보자’는 마음에도 희망은 숨어 있다.
희망은 늘 멀리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계속 걷고 있다는 사실 속에 조용히 깃들어 있다.
오름은 그래서 가치 있다.
우리의 번뇌를 드러내고,
그 번뇌 속에서 희망을 피워 올리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시작은 언제나 오름에서 시작되고,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