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
정상에 오른 순간, 우리는 한동안 기쁨에 잠긴다.
숨이 차올랐던 몸과 떨리던 다리는 잠시 잊히고,
발아래 펼쳐진 풍경은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해 주는 듯하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정상은 도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사람은 고독해진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이들도 있었고,
때론 경쟁자와 서로 밀고 끌며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은 좁다.
누구도 대신 설 수 없는 자리이며,
그 자리에서 느끼는 고독은 승리의 대가이기도 하다.
정상에 있으면 보이는 풍경은 넓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긴장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만약 무너진다면 나는 무엇이 남을까?”
높이 오른 만큼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지켜야 하는 만큼 두려움도 커진다.
정상에 선 사람만이 느끼는 바람의 매서움은, 그 자리를 지키는 삶의 무게를 상징한다.
성취 뒤의 고독은 자연스럽다.
정상 가까이에 갈수록 함께 걸을 수 있는 이들은 줄어들고,
비교와 경쟁의 순간이 많아지며,
마음의 온도는 차갑게 내려간다.
그러나 그 고독은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미덕을 가르친다.
겸손.
정상에서 우리는 비로소 뒤를 돌아볼 수 있다.
지나온 길의 굴곡도,
힘들었던 순간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도.
높이 올랐기에 더 넓게 조망할 수 있고,
그 넓은 시야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나는 이 정상만을 위해 걸어온 것이 아니었구나.”
한 걸음 한 걸음 쌓였던 과정이 바로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것을.
정상은 성취의 공간인 동시에,
다시 내려갈 시간을 준비하는 자리이다.
오르는 데 필요한 용기만큼, 내려갈 용기도 필요하다.
정상에서의 고독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음 여정을 시작할 힘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