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56!
인사이동(승진)이란 단어와 어울릴까?
구조조정이란 단어와 어울릴까?
난 아직도 승진을 꿈꿨나 보다.
아니,
최소한 내 위로 새로운 부서장이 오는 건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사실 나는 현재 회사에 입사한 지 이제 4년 차다.
52살에 학교에서 기업으로 온 특이경력 소유자다.
그래서 조직개편이란 단어보다는 승진에 더 미련이 있었나 보다.
50대 초반에 대학원을 진학한 만학도라 그런지 아직도 내 나이를 잊고
동기들 같이 30대 청춘인 줄 착각하고 사나 보다.
그래서 나이 때문에 진급대상이 아니라는 통보에
아연실색했나 보다.
입사 후. 첫 1년은 학교와 다른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애 먹고
늘 혼자 일하다가 뭐든 협업하고 팀원들에게 지시하는 게 어색했었다.
이제 만 3년이 지나 일도 할만하고 업무 지시나 협업도 할만한데
나이 때문에?, 오십이 넘어서?
진급대상이 아니란다.
객관적인 실적도 좋은데~~
승진도 안 시킬 거면 스카웃이라도 하지말지~
이럴 줄 알았으면 정년보장된 학교에서
아이들과 의미 있게 보내고 취미생활도 할 걸~~
여유 있는 시간을 이용해 뭐라도 해 볼 걸.
그렇게 뜯어말릴 때 말 좀 들을 걸~
열정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기업에 와서 매일매일을 전쟁같이 보내고
'갑' 위치에서 선생님들을 고객으로 모시는 '을'로 살다니~
그러나 지난 3년!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은 엄청했다.
광고도 해보고 홍보영상도 만들고
산학연 세미나 개최하고
업무 관련 플랫폼과 솔루션 판매도 하고
학교에 있으면 경험하지 못할 다양한 기획과 운영을 했다.
내 인생 최고의 실적도 달성하면서~~
그런데
나이 때문에
오로지 나이 때문에 진급은 안 된단다.
(사실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세상은 내 중심으로 도니까)
내가 안 되는 건 어찌 보면 상관없는데
조직이 개편되면 내 위로 또 다른 부서장이 올 수도 있단다.
가만있다가 낙오자가 된 기분이다.
상대적인 박탈감이란 게 이런 걸 지도
이번주 내내 조직개편안으로 멘붕이었다.
이제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라 '생존'만 해도 다행이라는 조언도 많고
이제 '늙음', '나이 듦'을 인정해야 할 때라는 친구의 조언도 많았다.
나도 모르는 건 아니다.
근데?
난 아직 일이 너무 좋은데
매일 신입 같은 마음으로 주인정신 충만하여 임하는데~~
이제 좀 할만한데~~
벌써 나이가 장애물이 되다니~
나이 듦의 서러움을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다니~
고민이 많은 일주일이 간다
딱 5일 고민하고 오늘 평정심을 찾기로 했다.
억지로 웃고, 억지로 태연한 척하다가 연거푸 체해 가면서도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일단 버텨보자.
하다 하다 못하겠으면 그때 방법을 찾자'라고 혼자만의 다짐을 해 본다.
그렇게 꾹꾹 참으며 마음을 다 잡아 보는데
더 슬픈 건,
모두 아무렇지 않게 마음을 비우란다.
승진하면 더 고달프다고
편히 편히 가잔다.
나도 안다.
그러나 막상 당하니(아직 아무런 결정은 안 났음)
마음이란 게 안 그렇더라.
이제 나이도 들고
직장생활 30년이 지나 의연할 줄 알았는데
당할 때마다 아프고
낙오자의 심정은 매번 쓰리더라.
얼마큼 더 아파야 의연해지는 건지?
인생은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시련의 연속인 건지?
사실 마음을 나름 정리하고
다짐했는데
남들의 마음 비우라는 조언이 새삼 나에게 비수로 꽂힌다.
나쁜 마음에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아는데
알면서 아프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나?
승진에 누락된 사람에게 '마음을 비워라'
'별거 아니다'라는 조언은 자제해야겠다.
그냥 술이나 한 잔 사주고
회사 욕이나 실컷 해주는 게 나을지도 ㅋㅋ
아직도 배울 게 많고
경험하여야 할 일이 많은
나는 청춘이다.
'내일부터는 더 잘 지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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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 어느 정도 치유되긴 한다.
그래서 쓴다.
퇴근시간 붐비는 전철 안에서 두서없이 내 마음을 적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