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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Feb 10. 2023

마음을 비우세요?

조직개편 & 인사이동 시즌


내 나이 56!

인사이동(승진)이란 단어와 어울릴까?

구조조정이란 단어와 어울릴까?


난 아직도 승진을 꿈꿨나 보다.

아니,

최소한 내 위로 새로운 부서장이 오는 건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사실 나는 현재 회사에 입사한 지 이제 4년 차다.

52살에 학교에서 기업으로 온 특이경력 소유자다.

그래서 조직개편이란 단어보다는 승진에 더 미련이 있었나 보다.


 50대 초반에 대학원을 진학한 만학도라 그런지 아직도 내 나이를 잊고 

동기들 같이 30대 청춘인 줄 착각하고 사나 보다.

그래서 나이 때문에 진급대상이 아니라는 통보에

아연실색했나 보다.


입사 후. 1년은 학교와 다른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애 먹

늘 혼자 일하다가 뭐든 협업하고 팀원들에게 지시하는 게 어색했었다.


이제 만 3년이 지나 일도 할만하고 업무 지시나 협업도 할만한데

나이 때문에?, 오십이 넘어서?

진급대상이 아니란다.

객관적인 실적도 좋은데~~

승진도 안 시킬 거면 스카웃이라도 하지말지~


이럴 줄 알았으면 정년보장된 학교에서

아이들과 의미 있게 보내고 취미생활도 할 걸~~

여유 있는 시간을 이용해 뭐라도 해 볼 걸.

그렇게 뜯어말릴 때 말 좀 들을 걸~

열정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기업에 와서 매일매일을 전쟁같이 보내고

'갑' 위치에서 선생님들을 고객으로 모시는 '을'로 살다니~


그러나 지난 3년!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은 엄청했다.

광고도 해보고 홍보영상도 만들고

산학연 세미나 개최하고

업무 관련 플랫폼과 루션 판매도 하고

학교에 있으면 경험하지 못할 다양한 기획과 운영을 했다.

내 인생 최고의 실적도 달성하면서~~


그런데

나이 때문에

오로지 나이 때문에 진급은 안 된단다.

(사실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세상은 내 중심으로 도니까)


내가 안 되는 건 어찌 보면 상관없는데

조직이 개편되면 내 위로 또 다른 부서장이 올 수도 있단다.

가만있다가 낙오자가 된 기분이다.

상대적인 박탈감이란 게 이런 걸 지도


이번주 내내 조직개편안으로 멘붕이었다.

이제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라 '생존'만 해도 다행이라는 조언도 많고

이제 '늙음', '나이 듦'을 인정해야 할 때라는 친구의 조언도 많았다.

나도 모르는 건 아니다.


근데?

난 아직 일이 너무 좋은데

매일 신입 같은 마음으로 주인정신 충만하여 임하는데~~

이제 좀 할만한데~~

벌써 나이가 장애물이 되다니~

나이 듦의 서러움을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다니~


고민이 많은 일주일이 간다

딱 5일 고민하고 오늘 평정심을 찾기로 했다.


억지로 웃고, 억지로 태연한 척하다가 연거푸 체해 가면서도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일단 버텨보자.

하다 하다 못하겠으면 그때 방법을 찾자'라고 혼자만의 다짐을 해 본다.


그렇게 꾹꾹 참으며 마음을 다 잡아 보는데

더 슬픈 건,

모두 아무렇지 않게 마음을 비우란다.

승진하면 더 고달프다고

편히 편히 가잔다.


나도 안다.

그러나 막상 당하니(아직 아무런 결정은 안 났음)

마음이란 게 안 그렇더라.

이제 나이도 들고

직장생활 30년이 지나 의연할 줄 알았는데

당할 때마다 아프고

낙오자의 심정은 매번 쓰리더라.


얼마큼 더 아파야 의연해지는 건지?

인생은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시련의 연속인 건지?


사실 마음을 나름 정리하고

다짐했는데

남들의 마음 비우라는 조언이 새삼 나에게 비수로 꽂힌다.

나쁜 마음에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아는데

알면서 아프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나?


승진에 누락된 사람에게 '마음을 비워라'

'별거 아니다'라는 조언은 자제해야겠다.

그냥 술이나 한 잔 사주고

회사 욕이나 실컷 해주는 게 나을지도 ㅋㅋ


아직도 배울 게 많고

경험하여야 할 일이 많은

나는 청춘이다.


'내일부터는 더 잘 지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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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 어느 정도 치유되긴 한다.

그래서 쓴다.

퇴근시간 붐비는 전철 안에서 두서없이 내 마음을 적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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