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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Feb 02. 2023

출근길 소묘

아침 해를 보며 간만에 뭉클함을 느끼다

이미 떠오른 아침 태양을 보는데

이유 없이 뭉클하다.

저녁 석양을 바라보며 뭉클하진 않는데~~


어쩜 우리의 기분은 오랜시간 학습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어떤 상황에 기막히게 적절한 단어를 연결시켜 놓은 것 같다.


간만에 뭉클함을 느끼며 출근하는 아침이다.

33년을 쉼 없이 일했으니 매일매일이 설레거나 뭉클할 일은 아니다.


기계적으로 발이 움직이고 손이 움직이고 두뇌가 움직인다.

그리고 잊지 않고 평생 아침마다 하는 각오는 십중팔구 <일찍 일어날 걸>하는 후회다.


누가 그랬던가?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다'라고?

 그건 일부 사람만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매일 늦게 자서 그런지 매일 아침을 허둥댄다.

아침 시간만 극복해도 사는 모습이 지금 같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 늦은 밤을 이용해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덕분에 하루가 길어지고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대신 세월이 지날수록 늦게 자는 라이프 사이클의 폐해를 실감하곤 한다.

면역력이 안 좋아지고 염증이 낫지를 않는 걸 보니~~


비단 수면뿐 아니라 여러 복합요인이 있겠지만 

수면시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사실,

아침 태양을 보고 '뭉클했다'는 기분을 핸드폰 메모장에 남기려 한 건데

석양도 나오고 출근도 나오고 늦잠도 나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이런 걸까?


대신 혼잡한 전철 안에서 뉴스 듣는 행위 대신 손꾸락 운동을 하고 있다.

나는 어쩜 '듣는 것' 보디 '읽는 것'을 더 잘한 일이라 여기고

두서없게 써도 '쓴다'는 행위에 위안을 느끼는 가 보다. 

어디서 학습된 사고인지 모르지만.


사실 요즘 귀앓이를 하고 있다.

한동안 유튜브 듣기에 열중하느라 이어폰을 끼고 출. 퇴근을 했더니 염증이 낫질 않고 있다.

귀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듣기 위해  반복적으로 착용하여 악순환을 번복한 결과다

그래서 요즘은 나름 큰맘 먹고 두상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헤드셋을 장착하고 있다.

내가 날 보고 있는 건 아니라 알 수 없지만 가관일 것 같다. 

출근하는 타인들이 헤드셋 끼고 있는 나를 빤히 봐 줄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세상의 소리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건지,

듣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인지, 듣고 보느라 분주하다. 

점점 분명히 들은 이야기도 기억 못 하고, 익숙한 단어도 기억하지 못하고 산다.

기억을 기술이 점점 대신해 주니 인간의 기억영역이 나이와 반비례로 축소되는 것만 같다.


이제는 무작위로 듣는 것보다

내 마음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조금 양보할 생각이다.

듣는 것은 다 내 것이 되지 않고

기록할 때 그래도 일부가 내 것으로 오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이제는 출근길에 태양을 한 번 더 봐야겠다.

뭉클한 알 수 없는 그 기분, 감동 하나로 이 아침을 기록하고 특별한 아침으로 상차림한 기분이다.

뭉클한 감정은 결코 평범한 떨림은 아닌 게 확실하다.

이렇게 전율이 오래 지속되는 걸 보면.


어느새 장승배기 역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많지만 벌써 반이나 왔다.

잘 살자. 오늘도!!!



(출근길 떠오르는 '태양'을 본 기분을 메모로 남기려다 주제 없이 출근길 소묘를 스케치했다. 예전엔 주제 없이 자주 주절거렸는데 쓰기를 한동안 중단했더니 사소한 주절거림도 쉬이 되질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예전 행동이 다시 재생되는 것 같다. 나쁘지 않은 과거 습관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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