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까지
모닝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커피를 매일 마신 게 언제부터일까?’
궁금해 지난날을 거슬러 본다.
아마 스무서너 살 때부터 인 것 같다.
취업하고 기업체 자료실 근무할 때부터 아침을 커피로 시작했다.
그땐 커피. 설탕. 프림을 스푼으로 적당히 조절 내지는 배합해서 마시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은 딱 맞고
어느 날은 좀 밍밍하고
매번 똑 같이 계량한 것 같은데 가끔은 쓰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아마 배합 문제가 아니라 내 기분이나 컨디션 때문이었을지도.
두 아이 임신한 동안은 그 좋아하는 커피를 끊었었다.
아이가 뭔지? 매일 마시던 커피를 줄이는 엄청난 일을 엄마는 해 낸다.
그리고 몸살이 나거나 감기가 걸리면 이상하게도 커피가 당기질 않는다.
마치 내 건강의 바로미터처럼.
커피는 끊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데 어떤 때는 커피가 몸에 좋다 하고
어떤 때는 나쁘다 하고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는 그때 그때 다르게 발표된다.
그 뒤에 숨은 의도가 있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던 십여 년 전에도 잠시 커피를 중단했던 기억이 있다.
한의원에서 커피는 삼가라고 해서 꾹 참았던 기억이다.
그 당시엔 ‘내 인생에 다시는 커피는 없다’고 다짐까지 했었던 것 같다.
세상에 단언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뒤돌아보니 위풍당당했던 시절도 있다.
지금은 ‘절대’. ‘결코’ 같은 단어는 웬만하면 안 쓰는데 젊어선 가끔 사용했던 것 같다.
살다 보니 '절대' 안 일어날 것 같은 일들과 '결코' 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잘도 일어나고 벌어지더라.
주로 마신 커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맥심 커피믹스다.
같은 회사 제품인 맥스웰도 입에 안 맞고,
한동안 프림 유해논란으로 잠시 마셔 본 다른 커피도 내 입은 친해지지 않았다.
커피든 음식이든 맛도 맛이지만 ‘익숙함’이 맛있다는 기준 같다.
길들여진 맛, 그게 선호도라고 표현되는 건지도.
예전 학교에 근무할 땐 믹스 커피를 주로 마셨고
현재 일터에선 다들 원두커피를 마셔서 나도 원두커피를 마시는데
그다지 맛나고 좋은 걸 모르겠다.
분명 재료도 신선하고 맛도 그윽한데~
어쩜 커피는 마시는 장소나 사람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게 느껴지나 보다.
나의 커피 지론은
‘원두의 종류나 원산지, 물의 온도가 아니라 무얼 마셔도 ’ 마음이 편해야 맛있다 ‘고 생각한다.
같이 마시는 이가 좋은 사람이면 더 맛있고
불편한 상대와 마시면 최상의 커피라도 그 맛과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요즘은 맥심 대신 회사 1층 매머드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나의 커피 메뉴 선택 패턴도 재미있다.
아침엔 따뜻한 카페라테, 오후엔 따뜻한 아메리카노.
딱 두 잔이면 충분하다.
예전엔 잠자리에 들기 바로 직전에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잤는데
이젠 저녁 모임 때 마시는 커피도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정말 커피는 나의 건강의 바로미터가 확실하다.
오늘도 전철역에서 회사로 걸어오면서 모바일 오더로 커피를 주문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시간이나 점심시간엔 주문이 밀려 미리미리 주문해야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나처럼 커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거나
각성제로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텨보자’는 심오한 다짐을 하면서.
오늘도 식은 라테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한다.
오래간만에 오전에 커피 타령을 다 하는 걸 보니 조금 여유로운 아침인가 보다.
역시 커피는 여유와 멋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