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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를 보고

전시 제목이 맘에 든다.

by 따오기

<그림책이 참 좋아>를 보고…


전시 제목이 참 맘에 들었다.

벌써 오래전, 얼리버드로 예매해 둔 전시라 한 번 봐야 하는데 쉬이 나서지 질 않았다.


어제, 근처에서 결혼식이 있어 다녀오는 길,

아무래도 나선 김에 전시도 보고 가면 일거양득일 것 같아 집에서 쉬고 있는 그이를 불렀다.

‘나올래?’

언제나 휴일이면 먼저 나가자던 그이었는데

이번엔 내가 먼저 나오라고 하는데 한 마디 토도 없이 나온다고 한다. 날도 추운데 얼마나 고맙던지.

게다가 그림책 전시회를 가자는데 흔쾌히 와 준다니…


그이가 도착하기 전, 차나 마실까 하다가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 강추하던 전시(미셸 앙리전)를 먼저 보고, 그림책 전시장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이는 전시 포스터가 반갑다.

‘저 안에는 또 어떤 전시가 펼쳐질까?’

표를 교환하고 입장하니 아이들 천국이다.

성인만, 그것도 오십 대 관람자는 우리뿐인 것 같다.

갑자기 손주 똘망이가 생각난다.

딸네도 사전예약해 두었다고 했는데 같이 올 걸 아쉽다.

그러나 딸네는 딸네 일정이 있으니…


그림책 작가 21명의 원화가 부스마다 전시되어 있다.

누구 할 것 없이 전시된 원화가 모두 예쁘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천지다.

한 벽면 그득 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게 얼마나 뿌듯할까?

덕분에 작가의 색깔과 출판 흐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테마가 있는 부스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존도 있고, 포토존도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 포토존에서 v 하며 사진 찍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이는 나보다 더 유심히 보느라 걷는 속도가 느리다.

평소 전시를 보면, 늘 나보다 더 몰입하는 편이다.

이번 그림책 전시는 그이가 제페토에 만드는 게임 스케치에 제법 도움이 되는가 보다.


중간쯤 다다랐을 때 갑자기 눈에 팍 띄는 그림이 있었다.

우리나라 작가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그림만 보고도 이야기가 유추되는 독특한 그림.

걷던 걸음을 그와 내가 동시에 멈췄다.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어두워 보이기도 하는 그림들.

그러면서도 따뜻함이 배어 있는 ‘괜찮을 거야’는 정말 괜찮았다.

알고 보니 2024 안데르센 상을 받은 시드니 스미스 그림이다.

특히 온 벽면에 차지한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작품 속의 햇빛 쏟아지는 바닷가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나도 바닷가에 들어간 소년을 응시하며 잠시 사진을 찍었다.

그이도 그동안 감상만 하고 사진을 안 찍더니 『괜찮을 거야』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맘에 들었나 보다.


역시 그림은 국가나 언어를 초월해서 소통되는 묘한 마력이 있다.

밝은 그림 같지는 않은데 그림 속에서 희망과 사랑이 담긴 느낌이랄까?

전시는 이렇게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고 와서 작가를 찾아보게 하고 공부하게 되는 동기를 주는 것 같다.


전시 마지막에 8M 공간에 재생된 미디어아트 <열두 달 나무 아이>는 인상적이었다.

아주 높고 커다란 공간에서 광활하게 천연색으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공연은 관객 모두를 몰입시키고, 각자 태어난 달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우리 가족이 태어난 달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열중해서 관람하고 전시장을 나와서 바로 원작 그림책을 뒤적였다. 영상으로 보다가 그림책을 보니 좀 밋밋했다.

책을 먼저 보고 영상을 봤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책을 좀 사려다가 똘망이가 아직은 좀 어린것 같아 다음으로 미뤘다.

언젠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직접 써서 보여주면 좋을 텐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뭐든 보기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 본 전시지만 ‘좋았다’라고 마침표를 찍는다.

아이들 천지지만,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이 가득 담긴 전시였다.

서너 해 전인가 합정 부근 ‘책 읽는 곰’의 예쁜 사옥 앞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책 읽는 곰 작품이 제법 눈에 띈다. 이런 대형 전시를 기획하다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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