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소원을 빌 땐 하나만 간절하게 빌어야 이뤄진다던데
며칠 만에 밤마실을 나왔다.
원래 매일 퇴근하고 동네 고등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도는 게, 그와 나의 하루 중 중요한 일과였는데 최근엔 바쁘고 춥다고 게으름을 피웠다.
오늘은 조금 늦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그이랑 바로 산책을 나왔다. 날씨도 많이 푹해지고 달도 밝아 나왔더니, 보름 하루 지난 둥근 보름달이 우리를 향해 방긋 웃어 준다.
진짜 보름달이 웃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설마 저렇게 밝고 둥근달이 울거나 화난 모습일리야.
늘 보던 궁동 너구리를 아무리 불러봐도 추워서 들어갔는지 안 보이고, 자주 보이던 길냥이들도 오늘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다들 겨울 동면에 들어갔나? 아님 우리가 게으름을 피우고 나오지 않아 기다리다가 삐져서 사라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운동장을 도는데, 보름 하루 지난 보름달이 교사 뒷 쪽으로 우뚝 솟아 있다. 매일 보는 달이지만 이번 보름달은 특별히 의미를 닮아 예쁘게 찍어 보려 애써봐도 남들처럼 예쁘게 찍어지질 않는다. 달 대신 나의 간절함만 그득 담았나 보다.
오늘도 달을 보면서 습관처럼 소망을 빌어 본다.
온 가족의 안녕과 내 주변의 안녕. 그리고 비밀스러운 나의 소망도 살짝 빌어 본다.
누군가 소원을 빌 땐 하나만 간절하게 빌어야 이뤄진다던데
난, 늘 한 보따리씩 빌으니 안 들어주시나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원은 많이 빌 수록 좋은 거지 뭐.
그중 하나라도 들어주실 테니~
오늘도 나는 가족과 주변의 안녕까지 빌었다.
‘달님 달님 모두 행복한 매일매일이 되도록 도와주세요’
밤하늘의 달과 별이 유난히 예뻐 보이는 밤이다.
오늘의 일기 끝.
#보름달 #소원 #궁동너구리 #운동장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