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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가고싶다'를 읽고

쌍둥이 자매(피디와 기자)의 직장생활과 인생 이야기

by 따오기

출근길에 주문한 책이 당일 오후에 도착하는 놀라운 세상이다.

이 책은 MBC 쌍둥이 자매 PD와 기자(‘피자’)가 전하는 직장인의 애환과 수많은 시도에 대한 이야기다.


책은 묵직한 성공담이 아닌, 다정한 선배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대화하듯 잔잔하게 읽힌다.

특히 알랭 드 보통, 톨스토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로의 《월든》부터 크리스토퍼 놀런, 미야자키 하야오까지, 등장하는 인물과 책만 해도 서너 장에 달할 만큼 방대한 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오래간만에 다시 들어보는 오래전 책들과 다양한 매체의 작품 이야기가 양념처럼 재밌다.

역시 방송은 종합예술이 맞다.


저자들은 회사 생활을 오래 지속하는 것 자체보다, 자기 결정권이나 주도권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독자에게 ‘나만의 오두막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이는 곧 퇴근 후 돌아가는 물리적인 집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찾아가는 집’ 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자아를 지키기 위한 은밀한 저항이자
안전한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두막을 지을까?

저자들은 '나를 위해 몰입하는 하루 1시간'을 만들고,

'무언가를 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돌아다니기’를 권유한다.
물리적으로 다른 길을 걸으면 정신적으로도 다른 길이 보인다고 한다.
내가 송정제방을 걸을 때와 연무장길을 걸을 때 서로 다른 생각을 했던 경험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이든 영화관이든
잠깐이라도 외부와 단절하고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이면 공간을 만들라고 말한다.
문득 나의 ‘오두막’이 가끔 찾아가는 도서관이 아닐까 싶었다.


직장 생활에서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시도’라는 것,
그리고 “인생의 빌런은 뜻밖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또 허세도 도움이 된다면 부리라고 하는데 난 평생 허세를 못 부리니 문제다.

가끔 배짱도 부려야 하거늘~~^^


이 책은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지낸 두 사람이 쓴 글인데도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읽혀서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쌍둥이라 어쩔 수 없는 DNA가 있긴 있나 보다.
자매지만 서로에게 소울메이트가 있다는 건 큰 행운일 것 같다.


이 책은 가볍게 읽히지만,

깊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잡학다식 백과사전 같다.


지금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한 권이다.

어쩌면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자기만의 원두막을 짓고 싶다는 뜻이자, 자기만의 방에 숨어 있고 싶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집에 가고 싶다.
아니, 집에 가야겠다.



인상깊은 구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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