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희작가님과의 재회

'낙원의 유령들' 북토크를 다녀와서~

by 따오기

지난 늦여름의 끝자락, 도서관 글쓰기 강좌에서 임재희 작가님과의 소중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5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글을 쓰고 합평을 받으며 들은 폭풍 같은 칭찬은 지쳐 있던 내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특히 내 글을 다른 수업에서 샘플로 활용했다는 말씀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작가님께서 "특정한 사람이 아닌 글을 칭찬한 것"이라 하셨던 말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다만 마지막 날 용기를 내지 못해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었다.


며칠 전 SNS에서 작가님의 북토크 소식을 보자마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솟았다. 고민 끝에 휴가를 내고, 낯선 불광역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미로처럼 자리한 이호철 북콘서트홀로 향했다.


이번 북토크는 임재희 작가님의 『당신의 파라다이스』(2013년 출간, 개정판 재출간)와 김이정 작가님의 『유령의 시간』을 묶어 ‘낙원의 유령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임 작가님의 책은 강의를 듣기 전 이미 서너 권을 읽었지만, 다시 저자의 목소리로 소설 이야기를 들으니 소설 속 인물들이 마치 눈앞에 되살아나는 듯 생생했다. 하와이 이민 1세대를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기독교, 독립운동, 사진신부’라고 하는데, 그중 ‘사진신부’가 소설의 주요 축을 이루는 소재였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북토크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당신의 파라다이스』 뒤쪽 구절을 다시 펼쳐 읽었는데, 책은 읽을 때마다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김이정 작가님의 작품은 미처 읽지 못해 가기 전에 부랴부랴 숙제하듯 읽고 갔다. 장편소설은 초반 90페이지만 넘어가면 뒤가 저절로 읽히는 묘한 힘이 있다. 『유령의 시간』 역시 뭉클함과 애잔함이 배어 있는 작품이었으며, 특히 "글 쓰는 사람은 수도사 같다"며 글 쓰는 일의 무거움을 이야기하시던 작가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두 작가님이 함께한 두 시간의 북토크는 진지하면서도 유익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두 작품 모두 10년 만에 재출판 되었다는 공통점도 흥미로웠다. 책이 시간이 지나 절판되는 아픔을 듣다보니 왠지 늙어감과 비슷한 것 같아 아리게 다가왔다, 도서관의 오래된 책들이 보존 서가로 밀려나는 모습과도 겹쳐 보였다. 두 작가님이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처음 만났다는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잠시 인상 깊은 문장을 읽어 주셨는데, 임재희 작가님의 단아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성우를 하셔도 됐을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진행을 맡은 허희 문학평론가님의 다정하고 재치 있는 진행 덕분에 두 시간은 더 짧게 느껴졌다.


‘갈까 말까’ 망설이던 마음은 문을 나서는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오길 정말 잘했다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북토크를 마무리하며 작가님께서 글쓰기 강좌 제자였던 내 이름 석 자를 다시 불러 고맙다고 해 주셔서 너무나 감동적이었다.돌아 오는 길 불광역 주변의 앙상한 은행잎들이 문득 노란 달처럼 밝아 보였다.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는 없지만, 이 따뜻한 인연에 부끄럽지 않도록 꾸준히 글을 쓰며 다시 뵐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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