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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May 21. 2023

큰 일을 앞두고

공부하기 전엔 왜 책상부터 치울까?

 이상하지요?     

큰 일을 앞두거나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하게 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들에 관심이 가지 않나요?

어릴 적, 시험 보기 전 시험공부는 안 하고 갑자기 미뤄 둔 책이나 만화가 읽고 싶었던 심리랄까?

주로는 책상정리부터 하잖아요.     


그걸 학문적인 이론으로 표현하면 어떤 심리일까 궁금해 이제야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지연행동’이라고 하네요.

주로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감정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네요.

이유 없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딴짓을 통해 잠시 할 일을 미루고 도망을 치고 있나 봐요.


요즘은 책을 읽는 대신 웹서핑을 하게 되네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생각을 정리한 달까? 머리를 식힌 달까?

그러다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지만 저만 그런 거 아니지요?


이렇게 집중하지 않고 여유를 부릴 시간이 있다는 건 아직 여유 있는 지점이라는 거겠지요?     

요 며칠 회사에 중요한 행사와 개인적인 일을 준비하면서 제가 했던 행동들이랍니다.

이젠 그러지 않을 때도 됐는데 아직도 디데이가 다가오면 딴짓을 하고 싶은 걸 보면

아직도 애송이 시절 버릇을 못 고쳤나 봐요.


실수할까 두렵고 낮은 평가를 받을까 걱정되나 봅니다.

사실 삶이 매 순간 긴장과 테스트의 연속이긴 하지만요.

이쯤 되면 의연해질 때도 됐는데...


다행히 주관하던 업무와 개인적인 이벤트도 잘 마무리는 했네요.

급하면 마감 일보 직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태연한 척하던 순간도 제법 있었습니다.

간혹 급해서 실수도 하긴 하지만 뭔가 짜릿한 희열 같은 게 종종 있답니다.

알고 보니 저 같은 유형을 <각성형 지연행동>이라고 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능력에 대한 평가에 민감해서 미루는 <회피형>이 있다네요. 

어차피 미루는 건 다 공통현상이고요.


 요 며칠 일회성 강의를 밤새워 준비하며 

생각보다 너무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보고 이것도 병이구나 싶더라고요.

퇴근 후 새벽까지 노안을 무릅쓰고 활자와 씨름하고

아는 것도 반복 또 반복하며 준비해야 마음이 편해지던 순간들.

강의를 끝낼 때까지 책이나 자료에서 손을 못 놓겠는 심리

이런 것은 지연행동 중에 <완벽주의 성향>이라고 하네요.

저는 완벽과는 거리가 먼 유형인데 나이가 들수록 준비를 많이 하게 되네요.

이제 기억력을 믿을 수 없는 건지, 

분명히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말로 뱉어지지 않는 순간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저의 지연행동은 이것저것 혼합 유형인가 봐요.     

마감직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기대하며 빈둥거리고,

실수할까 겁나서 미루고,

완벽하지 못할까 불안해하는 병.

'각성형 +회피형+완벽주의 성향'이 혼합된 유형이랄까?


사실 지금도 뭔가 해야 하는데 뾰죡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 이러고 있는 거랍니다.

회피한다고 피해 갈 일이 아니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일이란 게 꼭 기일이 다가와야 뭔가 스피드가 나는 묘한 구석이 있긴 있어요.     

일이어서 그런 건지?  어려워서 그런 건지?

                                   

참. 지연행동 유형들은 나는 왜 그럴까 고민만 하지 말고 당장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긴 시간 할애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5분이나 10분,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하다 보면 몰입이 될 수도 있다나 뭐라나?


생각보다 세상은 머리보다 엉덩이의 힘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일만 시간의 법칙도 그런 의미잖아요.

생각보다 실행!!

그래서 점점 준비기간이 길어지는 요즘입니다.


때죽나무꽃이 옹기종기 모여 소곤소곤대는 것 같은  좋은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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