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뜯는 아주머니는 어떤 마음일까?
전에 달래를 좀 캐려고 나갔다가 누가 우리 논에 들어오셨길래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하고 뭐 하시는지 물어보려고 갔더니 두 걸음 뒤 거리에서 인사를 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으신다. 무념무상 미나리만 뜯기 바쁘다.
뜯는 자리 바로 옆까지 가서 "미나리 뜯으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하니 시누이집이 근처라서 나물 좀 뜯어가려고 왔단다.
시누이 집이 근처면 거기에서 뜯으시면 될 일인데 왜 남의 논에 들어오시는지 궁금하지만 내가 뜯어다 먹을 것이 아니고 아직은 논을 갈기 전이라 "밭은 들어오지 마세요 이것저것 심어두었으니. 논에서만 뜯다 가세요"하고 돌아왔다.
그분인지 다른 분인지 평일에 누군가가 계속 밭두렁과 논두렁에서 미나리를 뜯으신다. 여름 같은 땡볕은 아니어도 봄볕도 상당한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커다란 재활용봉투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뜯으신다. 이 또한 내가 뜯어먹을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관망모드 3일 차. 신랑이 예초기를 돌릴 때가 왔다며 예초를 시작한다.
주말에 안 하면 평일에는 출근으로 더 시간이 부족하므로.
예초기는 날도 위험하고 가끔 돌이 튈 위험이 있어 예초기 작업할 때는 근처에 가지 않는데 논둑을 쭉 깎아가다가 나물 뜯는 분을 만나 "예초하니 조금 비켜주세요"했는데 들은 척을 안 하시더란다.
헬리콥터 소리에 버금가게 큰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안 들렸을 리 만무하다.
그냥 그 자리가 본인 자리인 양 계속 뜯고 있어서 신랑이 그 사람이 뜯던 부분만 조금 남겨두고 다른 곳의 작업을 완료했다.
우리의 관점으로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 논과 밭에 피해가 있으므로 수시로 한 번씩 예초작업을 하는데 한번 간 길을 다시 돌아가는 건 번거로운 일이다. 쭉 예초를 하고 나오면 그다음 날은 그다음 예초 작업할 장소가 나오므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으니 누군지도 알 수 없는 그분 때문에 예초기를 들고 그곳을 다시 예초하러 가야 한다. 한 번에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해 불편한 것은 우리 입장이다.
매일 일상을 공유하는 백자글 모임에서 옆집 할아버지네 논에 미나리가 많아서 좀 뜯어도 될까요? 물었더니 대답이 없으셔서 그다음에 그냥 조용히 좀 뜯으려고 했더니 남편분이 뜯지 말라고 하시더란다. "왜?"라고 하니 약 치는 걸 봤다고. 농약 쳤으니 뜯지 말라고 하셨단다.
미나리를 뜯지 못한 그분은 섭섭하셨을까? 어쩌다가 바로 옆집인데 나물하나 뜯지 못하게 약을 쳤을까 싶었는데 내가 예초를 하는 상황이 되니 알겠다. 예초하다가 그분이 다치면 난감한 상황이니 우리는 비켜달라고 한 것이고, 반대로 그분 입장에서는 약을 치는 할아버지를 보듯. 자신이 신나게 뜯고 있는데 예초기로 밀어버린다 하니 기분이 별로이셨겠다 싶은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심어서 난 작물은 아니어도 우리 땅이니 들어오시지 말라는 소리를 하게 될 밖에 없으니 그렇게 해결될 일인가 싶다가 한숨만 나온다.
길가에 따로 대문이 없이 들어오는 구조의 집에 이사 왔더니 당당히 걸어 들어와서 마당을 지나 밭까지 가서 무엇을 뜯으셨다. 누가 봐도 개인 집안으로 들어오는 길인데 왜 남의 집으로 다니시냐고 하니 시골인심을 운운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내가 그분 사시는 동네에 가서 그분이 키운 화분이 이뻐 보인다고 꽃대를 똑똑 꺾어서 나도 좀 심겠다고 하면 그분은 서울인심으로 아니면 그 어느 동네 인심으로 그러세요 하고 흔쾌히 따 가라고 하시려나? 생각했다. 아는 사이가 아니면 먼저 양해 구하고 허락을 받지 않으면 그냥 도둑질이다.
이제 6년 차쯤 되니 마당으로 다니시는 분들은 사라지셨는데 아직도 종종 어딘가에서 보따리며 가방 든 나물꾼들은 출몰한다.
우리가 일하기 전에 잘 좀 뜯어가시고 우리의 일정을 방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바란다.
시골이냐 도시냐가 문제가 아니고 심고 가꾸는 모든 공로를 날로 드시는 분들은 양심상 비켜달라 하면 좀 비켜주세요 넵? 우리가 다 예초하고 가시풀들은 다 뽑고 관리하니 미나리도 잘 올라오고 쑥도 퍼지는 거랍니다.
심은 것도 아니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우리가 다 관리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