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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게

새벽의 장례식장을 다녀와서

by 민들레

저녁 12시 넘어 급하게 도착한 장례식장에서 낯선 풍경들을 많이 보았다.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 탓에 어느 호실에도 상주들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조차도 1시가 넘어가니 날을 새야 하는 가족들이 비 오는 날씨 탓인지 모두 문을 닫는 것이었다.


조문을 갈 경우에 아침이든 저녁이든 사람들이 많은 시간에만 다녀서 새벽 장례식장의 그 고요한 분위기가 생경하달까? 문을 닫은 각 호실을 보면서 밖에 있는 나는 철저히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방인이어서 다행이기도, 나도 언젠간 겪을 일이겠구나 싶기도 한 상반된 기분도 있었다.

내가 간 조문은 안타깝게 스무 살이 되지 못한 아이의 장례식이었다.

죽음의 순서라는 게 없다지만 아이를 앞세운 부모에게 건넬 말이라는 게 다 무슨 소용인지.

같이 울어주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어 정말 그곳에 있는 시간 온전히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데 썼다.

핸드폰도 보지 않았다. 너나없이 핸드폰 삼매경이었던 바깥 대기의자였지만 너무 이른 아이의 죽음에 왠지 모를 미안함이 넘쳐서 그저 묵묵히 있었다.

새벽운전으로 들어와서 잠을 청하고 일어나니 지인분의 부고소식이 또 하나 날아들었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할머님의 부고소식이었다.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 만족할 수 있으려나? 아마 그 아이도, 구십이 가까우신 할머니도 아쉽긴 매한가지였을 거다.

죽음에는 순서도 경중도 없을 테니.

아이의 죽음이 할머니의 죽음보다 무겁거나 가볍지 아니할 것이다.

다만 남아있는 가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이의 일 쪽이 너무 마음이 무거울 테니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누구도 가볍지 않은 죽음의 무게이지만 슬픔의 무게는 애통의 무게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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