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머리카락과 기꺼이 맞바꾼

너의 반짝이는 머릿결

by 민들레

어릴 때부터 파마를 자주 했던 나는 엄마의 단골 미용사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얘는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약이 2배는 드는 것 같아. 2배를 받아야 되는데 말이야"

실제로 돈을 더 냈는지는 어른들의 몫이겠지만 나에게 남아있는 미용사님의 그 말 이 사는 내내 나는 머리숱이 많구나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나는 파마와 멀어졌고 쇼트커트 머리와 묶음 머리를 고수했다.

그 또한 머리숱이 바탕이 되어서 그나마 꾸미지 않아도 기본은 할 수 있었음을 이제야 안다.

그때쯤 머리숱이 부족한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파마를 하기 시작했으므로.

머리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볶지 않아도 나의 맨 머리카락으로 스타일링을 할 수 있음이 복임을 그때는 몰랐다.


아이를 임신하고 정말 머리카락이 너무 무섭게도 빠졌다.

임신이라는 상태가 만들어낸 상황인지라 속수무책으로 그저 머리카락과 헤어짐을 맞이했고 2번의 임신을 거쳐 나의 머리숱은 반토막이 되어버렸다.


반이 빠졌는데 아직 가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니 이제는 감사할 수 있다.

머리감을 때마다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을 다시 주워 버리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며칠 전 딸아이의 머릿결이 햇볕에 반짝이는 모습에서 갑자기 눈물이 날듯 울컥했다.

나의 머리카락으로 너의 머리카락이 된다면 나는 다시금 기꺼이 바꿀 용의가 있음을 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마 나는 엄마의 머리카락과 맞바꾸어졌을 것이다. 아니 머리카락뿐이랴. 목숨과 맞바꾸어졌을 그 순간을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잊고 살았는데 딸아이의 머리카락이 나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너의 그 빛나는 머리카락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엄마들의 머리카락이 사라졌는지를.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기꺼이 감수하며 자신의 것을 내어주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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