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니?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보며 등장한다.
엄마랑 점심약속을 잡을까 고민하다 감기기운 옮길까 걱정도 되고 내 몸이 귀찮으니 우선 쉬는 것부터 하자 하고 쉬던 참이었다. 느닷없이 "누워있니?" 하는 목소리로 엄마가 우리 집에 등장했다.
사전에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터라 천천히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엄마는 이미 보냉가방에 담아 온 두유병들을 꺼내 늘여놓고 계신다.
"반 담아있는 것부터 먼저 먹어"
정작 소화가 안 돼서 잘 안 드신다면서도 매번 몇 병씩 주스병 가득 두유를 만들어서 가져다주신다.
폭염도 개의치 않고 감기기운이 옮을까 걱정도 하지 않는다. 느닷없이 왔고 또 부리나케 간다.
"마저 쉬어라"
여기서 4시간 거리에 사시는 시어머님이 우리 집에 깜짝 방문할 일이 없기도 하지만 만약 시어머님이 깜짝 방문을 하셨다면 상황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먼저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어머님을 맞이하는 거? 상상하고 싶지 않다.
내가 누워 있다가 어머님을 마주쳤다면? 우리 어머님은 내가 쉬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려나?
매번 우리 집에 오시면 가져갈 것을 꼼꼼히 챙기시는 우리 어머님이 뭔가 들고 오시는 것은 상상이 안되니 패스하고 한번 오시면 며칠은 푹 쉬다 가실 요량으로 움직이셨을 테니 나는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매우 바지런하게 움직여야 될 것이다. 아프더라도 아플 수 없는 몸이 된다. 전적으로 모유수유하는 엄마처럼 아파도 아이는 먹어야 하듯이 말이다.
청소를 하지 않고 누워있어도 흉이 안 되는 게 친정엄마다.
이 더위에 두유 주겠다고 들고 와서 10분도 안 앉아 있다가 나가는 엄마를 배웅하니 차량 발매트를 좀 털어달라고 하신다. 나는 금방 투덜이 모드로 변해서 아니 왜 나만 보면 이걸 털어달라는 거야? 하고 매트를 가지고 그늘로 움직인다. 짜증부터 낸 게 미안하니 운전석도 털어주겠다고 하지만 엄마는 괜찮다고 손님이 탈 거라 조수석만 털면 된다고 출발해 버리신다.
분명 편한데 늘 뒤끝이 편치만은 않은 관계가 모녀사이가 아닐까 싶다.
뭐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나쁜 딸이라서 그런 거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다음엔 말없이 발매트나 털어드려야지 하고 한번 생각한다. 그렇다고 다음번엔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친정엄마를 시어머니라고 생각해 볼까? 불편함만 가득 쌓이겠지. 그냥 하던 대로 나쁜 딸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