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지막으로 만든 문장
아이들 어린이집 때 만나서 꽤 긴 친분을 이어온 지인이 있다.
음식을 잘하는 지인은 음식이라곤 젬병인 나에게 음식을 많이 챙겨주었고 나는 또 나대로 사다가 나눔 하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서 캠핑도 다니고 놀러 다녔다.
2년 정도 근처에 살다가 각자 이사를 간 뒤에도 간간히 연락하고 서로의 집에 찾아오고 인연을 쭉 이어왔는데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되겠구나 싶은 일을 겪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코스를 선택했고 낯선 동네에서 같이 움직이는데 비까지 오는 추운 날씨였다. 아이들 재미있게 놀리겠다는 그 하나로 비 맞고 움직이는 일정을 모두 소화했는데 그 집 아이의 소감이 "오늘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이요"였던 거다.
코스를 짠 내 탓이 우선 클 테고 아이의 취향도 한 몫하겠지만.
더 이상 저학년이 아닌 아이의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생각이 많아졌다.
어릴 때부터 자기표현이 강하다고 했다. 주장이 세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이젠 어리지 않은데 꼭 그 말을 했어야 했을까? 가 계속 맴돌았다.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자기 취향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그저 그랬어요 정도로 대답해 줬다면 마음이 이렇게까지 상하진 않았을 거다.
평소 많이 챙겨준 지인에게 나 또한 기쁜 마음으로 선물한 코스였다.
숙소부터 체험이며 점심까지 모두 대접하는 마음으로 한 일이었는데 그런 감상평을 듣자니 첫 번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번째는 이제는 이런 여행이 마지막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살다 보면 정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던지는 사람도 있고 천금 마음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에게도 늘 빚을 지는 말을 할 바에 말을 삼키라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어른 대 어른으로 지인하고의 관계를 이어가게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아이들이 크고 나면 또 우리끼리 어울리는 것에 문제는 없겠지만 분명 아이들이 크는 몇 년 동안은 지금보다는 연락의 횟수가 줄어들게 되겠지.
마음이 아까운 시간이 아까운 그래서 돈도 아까워지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