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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Jun 26. 2024

어찌합니까

기억나지 않는 말

내가 기억나지 않는 말로 친구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나의 기억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친구는 많이 속상했다고 하니...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


분명 어떤 억양이나.. 분위기로 친구가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는 그 말이 상처받을만한 상황이었고.

나는 친구가 이렇게 절교선언을 하는 것이

너무나 큰 상처가 되는 상황이다.


10년 이상 너무 잘 지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어느 날 날 차단했다.

차단당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이런저런 연락처도 수소문하고.

그 친구의 소식을 알기 위해 백방 노력했는데..

그 친구가 별일 없이 아프지 않고 잘 지낸다 해서 일단 한시름은 놓을 정도였는데.


그 이후로도 되지 않는 연락에 그제야 내가 차단된 걸 알았다.  

처음 절교를 당했던 그 시간이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많이 울기도 했고 꿈에서도 설명 좀 해 달라고 붙들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엔 그렇게 받아들여지더라.

내가 알거나 의도하지 않았어도...

친구가 본 내 모습이 큰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이유라도 알려주지.. 하는 답답함은 나의 몫인 셈이고.

그 친구는 차라리 안 보는 걸 택한 상황에 내 의구심을 해결해 줄 의무도 없고 마음도 없는 거라고.


그로부터 10년이다.

오늘 20년 지기 친구가 건네는 말에 내가 이렇게 당황스럽고 속이 상한 건.

10년 전 그 친구의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해서 마음을 좀 추스르고....

이렇게 안 보겠다고 말이라도 해줘서..

상했다고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지...

그래도 10년 전처럼 왜?라는 질문을 떠안고 마음앓이하지 않아도 되니.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해 줄 수 있는 기회라도 주니.

그만으로도 우선은 고맙다.


나를 안 다해서 더 실망한 너인 것처럼

너를 안다 싶으니 나 또한 너무 속상한 시간이다.


10년의 증언자를 잃었는데...

이제 20년의 증언자를 잃을지도 모른다니.

40대 중반 인생이 너무나도 쓰디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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