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걱정해 주는 지인이 있다는 건.

지금의 경험으로 과거의 일을 반성하기

by 민들레

시아버님이 80세. 우울함을 호소하셔서 병원을 장기간 다녀야 할지 모를 상황이 됐다. 상황상 내가 가장 시간이 여유로운 상황이라 우리 쪽으로 모시자고 신랑과 상의했다. 현실적인 답이었고 결과적으로 아버님이 다른 약을 드시는 것으로 긴박했던 상황들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때의 나보다는 신랑이 더 아버님의 거취문제를 예민하게 생각했었다.

이사를 오는 게 다가 아니라고.


며칠 전 친정 엄마가 가슴에 타박상을 입으셨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숨을 쉴 때도 불편하고 기침이 나면 너무나 힘들어하셨다. 그래도 중간 지점쯤에서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엄마의 지인이 운영하시는 카페로 갔다. 카페 손님들과도 사장님을 매개로 친하게 지내는 단골 아지트인데 가슴에 손을 대고 숨을 쉬는 엄마의 모습에 다들 걱정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어느 순간 나는 혼자 아이스티를 다 마셨고 엄마는 주문한 라떼는 입도 대지 못하고 여기저기 대화하느라 바쁜 상황이 되었다.


먼저 간다 하고 이분 저분 인사하고 나오는 길에...아픈 엄마가 혼자 있지 않고 걱정해 주는 사람들 옆에서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서울에서 이곳에 이사 온 20년 차인데...그 20년 동안 생긴 지인들도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한다.

하물며 아버님은 80년을 그곳에 사셨으니 이제야 신랑이 걱정한 것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 아버님도 아버님을 아는 사람들 속에서 지내시는 게 좋으실 텐데. 만날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으로 옮기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겠구나.


이제 50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직 내게 몇 번의 터를 옮길 기회가 있을까 싶다. 별일 없으면 이곳에서 나도 노년을 맞이하겠지. 나의 지인들이 있는 곳. 여차하면 밥 먹자고 불러낼 사람이 있는 곳. 내 노년도 온기가 있기를 그날 엄마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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