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치르는 멍청비용

경고를 무시한 대가

by 민들레

아이들 운동회를 마치고 아이들이 맡긴 짐을 바리바리 들고 와 집 문을 열었다.

안 열린다. 일주일 전부터 삑삑 경고소리를 내던 도어록 건전지가 방전되었나 보다.

문은 안 열리고 차 키도 문 안에 걸려있으니 사러 나갈 수도 없고 졸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좀 전에 잘 가라고 인사한 아이반 친구 엄마에게 바로 전화를 해서 마트까지 좀 태워다 달라고 했다.

마트에서 건전지 코너를 찾으니 어머나 딱 내가 찾는 9V짜리만 없다.

"사장님 여기 9V짜리가 없네요?"

"아 어제 누가 와서 있던 거 3개 다 사가셨어요. 도어록 방전되셨나 봐요?"


마음 착한 친구가 내가 나오기를 기다려준 탓에 나는 다른 마트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다행히 거기서 건전지를 사서 집에 들어오긴 했으나 그걸로 건전지의 사용은 다 한 것이었다. 단 한 번의 사용. 도어록을 여는 것.


도어록에서 났던 경고음을 1주일간 들었는데 누구도 건전지 교체를 할 생각을 안 한 멍청비용으로 나는 친구에게 미안한 부탁을 해야 하는 것과 건전지 비용 2천 원을 사용했다.

오로지 경고를 무시한 대가이며 충분히 쓰지 않을 수 있던 비용인데 말 그대로 멍청비용을 사용했다.

2천 원이야 음료 한잔 사 먹은 걸로 치면 되는데 부탁한 친구에게 미안하고 잘 모르는 마트 주인아줌마에게 한소리 듣고 "그거 도어록 경고음 나면 바로 바꿔야 돼요 내버려 두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나간다니깐요"

그렇게 듣지 않아도 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부탁을 하며 나의 못난 모습을 보인 것이 너무나 창피했다.


하기사 건전지 비용뿐이랴.

과식하면 탈 나는데 꼭 과식해서 소화제 먹고 불편해서 하루 종일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는 것도, 아이들이랑 감정싸움해 봤자 결국 어른인 내 얼굴에 침 뱉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일매일 다투는 것까지 나의 삶에 생각지도 못한 멍청 비용들이 꽤 많았다. 도어록 건전지를 교체하며 의외로 많이 내고 있던 멍청비용에 대해 생각했다. 애들하고 싸우지 말아야지. 내 몸을 음식물쓰레기통을 만들지 말아야지. 지금이 제일 건강하니 이 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해야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 정말 내가 너무 멍청하게 살았다는 걸 2천 원 건전지로 반성했으니 어쩌면 2천 원은 기회비용이 된 걸까? 무튼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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