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맛

생밤. 호박잎쌈. 가지볶음

by 민들레

차로 5분이면 가는 비어있는 친정집 마당에 밤 한번 주워 오라 해도 가지 않는 나는 아파트로 이사 간 엄마가 밤을 주워 깐 생밤으로 전해주면 앉은자리에서 10개씩 먹는다.

주워오라면 가지도 않으면서 먹기는 잘 먹는다고 눈 한번 흘기고 가을 내내 엄마는 밤을 깎아 나르는데 받아먹는 입이 나 하나에서 아이들 셋까지 더해져 엄마는 밤 깎는 전용칼을 사야 했고 그 덕에 우리는 다람쥐처럼 밤을 잘 받아먹고 있다.

엄마가 챙겨줘서 먹게 되는 음식.

생밤이 그렇고 호박잎쌈이 그렇고 가지나물이 그렇다.

해 다 주면 먹지만 내가 해 먹게 되지는 않는 음식.

언젠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 줄.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생밤을 먹다 보니 목이 멘다.

우리 엄마는 어떤 엄마의 음식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본 적이 없어서 기회 되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싶어진다.

한편 우리 아이들은 내가 해 준 어떤 음식으로 그렇게 나를 기억할지도 궁금하다.

뭐 아직은 뭣 하나 진득하게 해 준 적도, 잘해준 적도 없으니 앞으로 한 10년 이상 해먹이는 요리 중에 판가름이 나겠지.

받아만 먹는 저 음식들을 나중엔 내가 해 먹게 되려나? 꼬리를 문 질문들이 늘어간다.

그래도 아직은 현재 진행형으로 엄마의 음식을 받아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거기까지만 하는 것으로 오늘의 질문을 멈추기로 했다. 물 한 모금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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