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다한다
농사는 날씨가 다한다.
올해 너무 잦은 비에 벼가 잘 자라지 않았다. 특히 낟알이 여물어야 할 시기, 비바람에 벼가 쓰러지기 시작한 시기부터 내내 비의 연속이었다. 그저 추수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는... 하늘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그렇게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비가 그쳤고 오지 않을 것 같은 추수의 날이 왔다.
일주일 동안 비소식이 하나도 없는 일기예보를 신기한냥 몇 번씩 확인하고 옆논의 가득한 물을 좀 말려보자고 삽을 들고 가서 물길을 만든다.
예초를 전혀 하지 않아 잡풀들이 물길을 다 막아버려서 땅이 말라야 할 시기 벼가 물에 잠겨있다.
우리 논은 아니지만 추수해 주시는 분이 같으니 혹시나 싶어 들어가는 길 예초기를 돌려주고 무거운 논흙을 삽으로 떠서 폭 5센티도 겨우 될까 말까 한 작은 물길을 뚫었다.
그 작은 물길이 무슨 큰 역할을 할까 싶은데 이틀새에 논이 말랐다.
아주 작은 길이라도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이동은 엄청났다.
마치 조그만 숨통이라도 틔워주길 기다린 양 물은 사정없이 농수로로 흘러내렸다.
가을의 쨍한 햇볕과 바람은 더 위대해서 며칠 사이에 잠겼던 논을 추수가 가능할 만큼 말려버렸다.
귀농 6년 차. 정말 다시금 농사는 날씨가 다 함을 깨닫는다.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을 해와 바람과 비가 한다.
자연에 감사하는 기도를 식사 때마다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너무나도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