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싶더니 겨울인가 싶은 날씨
황소바람이 분다. 양파모종이 추울까 봐 덮어둔 비닐이 무색하게 펄럭이고 마당에 펼쳐진 쌀알들은 오롯이 햇볕과 바람에 몸을 말린다.
동네 친구가 산책을 가자고 하더니 컨디션이 안 좋다며 패스하고 아침 산책이 그렇게 사라지니 아쉬워 나 혼자 이른 점심을 든든히 챙겨 먹고 산책길에 나섰다.
핸드폰의 전원이 별로 없어 충전을 시켜둔 채로 지갑도 핸드폰도 없이 간단히 시작한 산책길에서는 다른 집 마당의 가을 풍경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했다.
어느 집은 도토리와 빨간 고추가 어느 집은 늙은 호박 몇 덩이가 어느 집은 처마 밑에 잘 깎아 말리는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같이 간 사람도 없고 시간 약속도 없는 자유로운 산책.
궁금하면 그곳으로 조금 가서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길을 선택해서 다녀온 40분 남짓한 산책길
정말 너무나도 오랜만에 나에게 집중한 산책은 꽤나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같은 가을인데도 마당의 가을걷이는 모두가 제각각이고 작물이 그 무엇이건 간에 햇볕과 바람에 잘 말리고 있는 것들은 그들의 뜨거운 여름의 결과물일 것이다.
내 것이 아님에도 보는 것 만으로 든든한 것은 나도 나름의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생산자여서일까?
겨울이 오기 전에 종종 혼자 산책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혼자여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