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실 싱아가 뭔지 모른다
논농사를 지은 지 6년 차. 올해 드디어 저장고 + 가정용 도정기 콤보가 완성되어 이제 우리가 먹을 쌀은 안 사 먹어도 되는 자급자족의 시대가 열렸다.
쌀을 건조장에 보내지 않고 마당에서 널어서 말리고 차곡차곡 옮겨 담아 저장고에 낱알 상태로 보관한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겨울임에도 날씨가 그만그만하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한동안 먹을 쌀을 도정하는 일이 겨울의 할 일 목록에 추가되었다.
먼지 폴폴 날리며 도정을 하는 것도 일거리이지만 그보다 더 나의 귀차니즘을 자극하는 일은 이 가정용 도정기에서 나온 쌀을 씻을 때 작은 돌을 걸러 주어야 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있었을 조리이지만 (나도 사용해 본 적은 없어도 어릴 때 집에 있는 걸 본 기억은 있다) 새삼스럽게 조리를 찾아서 구매하고 매번 쌀을 씻을 때 조리질을 해야 되니 급히 밥을 할 때 사용할 백미를 또 구매하게 되었다.
오늘은 저녁 지을 시간이 여유 있어 조리질을 하다가 문득 박완서 님의 책 제목이 떠 오른 것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 나는 사실 싱아가 뭔지 모른다.
그런데 내 이전 시대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싱아를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조리를 알긴 하지만 사용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도 어찌하다 보니 지금 쌀을 조리질하여 씻고는 있는데 아마 우리 집 아이들 세대도 대부분 조리가 무엇인지 본적도 사용하는 법도 모를 것이다.
정미소에서 도정된 쌀을 사다 먹는 사람들은 조리가 필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 어릴 때는 집집마다 쌀을 일어서 씻었으니 조리들이 다 있었는데 그럼 그 집집마다 있던 조리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생각이 떠 올랐다. 하긴 조리뿐이겠는가 가정의, 삶의 필수품인 양 알았던 것들이 이제는 모르는 사람 태반이 되어 버린 물건이 수두룩 하니 말이다.
아침에 아이가 MP3가 뭔지 물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쯤에는 또래 대부분의 손에 mp3가 들려있었는데 이제 아이들은 그게 뭔지 본 적도 없는 세대로 자라나고 있다.
아 그 수많은 mp3는 또 어디로 갔을까?
싱아, 조리, mp3.
나는 모르던 것, 사용하는 것을 본 것, 내가 직접 사용했던 물건의 순서인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잘 사용하게 될 물건은 또 나에게 이 3가지 경우 중에 하나로 남겨지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