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새 지인의 슬픈 소식들
(주일날) 오후 인편으로 선물을 보내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챙겨준 선물에 감사인사를 하는데 언니의 목소리가 영 심상치 않다. 무슨 일인지 물으니 언니가 되묻는다.
"저번에 만났을 때 우리 엄마 이상한 거 모르겠던?"
식당에서 만나 늦은 점심을 같이 먹은 30분 남짓한 시간. 언니의 수상 축하로 잠시 모인 자리였으므로 사실상 어머님을 유심히 보진 못했었다.
"아니. 난 잘 모르겠던데..?"
" 울 엄마 초기 치매야. 약 먹은 지 조금 되어가는데 진행이 빠른 편인 것 같아"
(월요일) 오후 3시 카톡 하나가 왔다.
"***님께서 소천하셨기에 알려드립니다"
요양병원에 계신 지 오래되었기는 했지만 자세한 일과를 전해 듣지 못했던 터라 이 또한 느닷없는 부고였다.
아 물론 당사자인 언니에 비할바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화요일) 장마 중 비가 그래도 오락가락하는 걸 감사해하며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아무리 오래 입원을 했었더래도.. 지병이 있었다 해도 누구의 죽음도 오롯한 호상이 될 순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정말 오랜 시간 어머님을 잘 찾아뵙던 언니는 정작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이동하던 중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임종을 보진 못했다 한다. 상황상 언니를 붙들고 길게 이야기할 순 없어서 몸 챙기라고 하며 돌아 나오면서 마음에 돌 하나가 무겁게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어른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치매라는 병과 부고소식
내가 월요일에 들은 소식과 화요일에 들은 소식 중에 어느 소식이 더 슬픔의 무게가 무거울지 생각해 본다.
스스로 거동을 못하시고 10년이 넘는 세월 투병하시다가 소천하신 분과 이제 점점 모든 것이 '0'에 가깝게 회귀할 거라는 진단을 받으신 분.
당사자인 두 언니가 만나.. 그럼에도 살아있음에, 아픈 것이 끝났음에 위로를 건넬 수는 있겠지만 그 외에 누구도 감히 두 사람의 슬픔의 크기를 비교할 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각각의 슬픔에서 당사자가 아직은 아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
이제 죽음은 갑자기 닥친 놀라운 뜬금없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근거리에서 하나둘씩 드물지 않게 찾아오는 사건이 될 것이다. 나의 나이가 그만큼이 되었다는 것일 테고.
엄마를 모시고 친구 어머님의 장례식을 다녀오는 길 내 마음의 복잡함 만큼이나 엄마의 속도 시끄러우셨으리라. 떨어지는 빗소리를 핑계 삼아 왕복 4시간이 넘는 시간 별말 없이 휴게소 한번 들리지 않고 이동했다.
부디... 오늘 밤 살아있는 모든 사람이 평안히 한숨 잘 쉬고 잠들길 기도하게 된다.
우리 엄마도, 초기 치매이신 어머님도, 어머님의 간병을 걱정할 언니도, 이틀째 상주로서 가장 바쁜 저녁을 맞이했을 언니도.
어머님. 정말 하늘나라에 편안히 잘 가시길 바라요.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