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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Nov 27. 2024

댕댕이와 야옹이의 명복을 빌어줍니다

추모를 대체 누가 한단 말인가?

동물 화장터 근처 절에 걸린 플래카드 내용은 "먼저 간 댕댕이와 야옹이가 무지개다리를 잘 건너..."

전에도 몇몇 그 플래카드보고 신랑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이번엔 마지막 마침 문장에 마음이 걸렸다.

"추모해 드립니다."


추모가 뭐야? 마음으로 빌어준다는 거 아니야? 직접 키운 당사자보다 더 추모를 잘해 줄 사람이 누가 있다는 거지? 내가 추모를 할 상황이 못되면 거기까지인 거지 추모를 맡기는 게 무슨 상황이지?


어쩌면 나는 반려동물인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추석을 앞둔 마당에 이 생각의 꼬리는 사람에게까지 이어졌다.

사실상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분의 차례상을 내가 차리는데 이런 상황이 추모를 맡겨두는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으므로 '나'와 더불어 더더욱 추모를 해 주려는 그들의 마음을 절감하지 못하고.

동물에 대한 추모를 위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신랑도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제사도 위탁이라는 것은 생각지 않는 듯하다.


누구든 '추모'를 위탁하는 것은 아니기를 그것은 당사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옆에서 거들고 도와줄 수는 있을 테다. 

플래카드를 건 절의 의도는 추모를 거들어준다는 내용일 수 있는데 위탁으로 보이는 건 내가 지금 제사상을 차리는 입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올해도 누군지 모르는 분을 위해 상을 준비한다. (어머님의 위탁을 받은 건가? 제사를 넘긴다 하셨으니 그렇지만 어머님도 건네어 받은 것이지 않나. 당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렇지 당사자는 돌아가신 분일 테고 추모의 당사자는 누구인가 그러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키운 적은 없지만 무지개다리를 건널 이름 모를 댕댕이와 야옹이들의 축원도 좋은 마음으로 기도를 보태본다. 이건 위탁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태는 것이니 좋은 기운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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