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글을 썼다.
나와 책 읽는 취향이 많이 다른 신랑은 역사 관련 책을 많이 읽거나 듣는데 한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듣더니 시지프스에 대해 글을 써서 보여주었다.
시지프스가 돌을 옮기고 내리는 것을 형벌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그것이 형벌이 아니라고 하여 자발적으로 어려움을 선택하는 시지프스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 대부분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시지프스가 자발성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무한의 돌 나르기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올라야 할 언덕이 낮아질 것이며 굴려야 할 돌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나 신랑은 그 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신랑이 시지프스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본인이 어려울걸 감안하고 선택하여 그것을 계속하게 되는 지속력에 대한 부분이고 나는 그렇게 무모할 만큼 하다 보면 실질적으로 산도 돌도 줄어들 것이 더 와닿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 쓰는 중이다. 지리산이나 청계산처럼 사람이 자주 찾는 산을 가보면 어느 때부터 산책로와 데크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야자매트도 많이 깔려있는데 나는 어릴 때 산길 걷던 걸 생각하면서 왜 그렇게 데크가 되어있는지 궁금했는데 누군가 사람이 많이 다니니 흙이 깎여 나가는 걸 방지하고자 함이라고 말해주었다.
필요가 있다면 사람들은 발자국을 내며 이동할 것이고 이동할 최단거리를 따라 길이 생길 것이다.
나는 평소 자연적으로 길이 생기는 것까지만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 되면 길이 깎여 나가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하긴 어떤 사람은 첫 발을 내딛는 개척자에 대해서 더 관심이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개척된 그 길을 따라서 길을 만드는, 길을 확정하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테다. 나는 어떤 부분에서 개척자였던 적이 있는지. 대부분 누군가가 만든 길을 열심히 따라가는 삶을 살진 않았는지 생각했다.
신랑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자발적인 반복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을 결국 얻게 될 거라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도가 다르고 관점이 다르니 이 세상은 저마다 자기의 이야기를 그리고 노래하고 쓰는 것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무조건 서울을 외칠 때 누군가는 산으로 바다로 이동할 테니 말이다.
다른 타이틀은 생각나는 게 없는데 나는 자발적 시골행을 택했다는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