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느끼는 시간!
북스테이를 다녀왔다. 책 읽기 하는 작은 소모임에서 리더 격인 선생님이 강력히 주장해 주셔서 성사된 일이다. 선뜻 외박의 일정을 잡고 참여하는 건 내 마음이 참 갈팡질팡 하는 일이었다.
그간은 아이들이 어리니까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끼리 놀러 간 적은 왕왕 있었다.
신랑에겐 자유시간을 선물해 주고 나는 아이 셋을 데리고 나가니 나가는 발걸음이 당당했는데 이번엔 아이들은 친정에 보내고 신랑만 혼자 두고 나가려니 왠지 마음이 찝찝한 것이다. 신랑에게도 엄마에게도.
그러거나 말거나 언젠간 해봐야 될 일이라 생각하고 입밖에 생각을 꺼내지 않고 가만히 진행된 일정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사람.
안 될 것 같은데 도전해 본 사람.
애당초 중간까지만 참여하겠다고 조율한 사람.
뜬금없는 반짝 선물같이 참여 후 사라진 사람 등 각자의 마음은 달랐겠지만 거기서 많은 대화도 나누고 아이들 없이 아이들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이도 다르고 삶의 터전도 다른 사람들과 책이라는 매개체로 만나게 되어서 내가 더 쓰게 된다고 아까워하지 않고 누군가는 케이크를 준비했고, 누군가는 장을 봐 오고, 누군가는 선물을 준비했다.
그렇게 아까워하지 않을 만남이 많지 않음에 이 인연에 더더욱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은 숙소에는 원래 2명에 추가 1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곳인데 어느 용기 있는 분들은 혼자서도 묵으러 찾아온다고 하셨다. 혼자인 그 시간 안에서는 그곳의 모든 것 심지어 화장실에 화장지까지도 좋은 것 같이 느껴진다는 방문 소감을 주인장에게 전해 듣는데 그 누군가는 정말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던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다.
퇴실하는 날 아침엔 작은 이벤트가 생겨서 나 혼자 있을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도저히 혼자서 카페에 앉아있는 것은 못할듯하여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왔다.
감기 기운이 돌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아마 컨디션이 좋았어도 혼자서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은 아직 나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그곳이 아무리 북카페라고는 하나 차라리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기다리라면 더 잘 기다릴 것 같다.
약간은 불편한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깨달은 것은 많았다. 나는 아직도 뭔가 안 해본 일들을 시작하는데 많이 주저하고 어려워하는데 며칠 전 갑자기 현타를 느꼈듯 이제 중년의 나이다. 해본 것만 고집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사소한 것 시도하기 노력 중인데 왼손으로 청소기 돌리기도 그중 하나이고 물을 더 자주 일부러 마시려 노력하는 것도 하고 있다. 이제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누려보는 것에도 도전해야겠다.
누군가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혼자 잘 서 있어야 누구든 내게 기댈 수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아마 혼자이길 원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좋은 건.
돌아가서는 가족이나 사람들 틈으로 섞여 들어가야 해서가 아닐까? 혼자 오롯이 있어야 북적이는 고마움이 새삼스러울 테다.
아이들을 봐준 엄마 덕분에. 혼자라고 신나서 라면에 참치캔 하나 다 넣고 끓여 먹은 신랑 덕분에 무엇보다 시간 조정해서 참여해 준 글동무들 때문에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