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재 단장 플래카드를 보고
지인이 구순의 어머님을 모시고 있으신데 살짝 치매 증상이 있으신듯하니 치매 검진을 받을 혹 입원까지 가능한 병원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내가 아직 직접 가 본 적은 없으나 주변에서 들은 정보대로 이런 이런 병원이 있으니 나중에 한번 가 보시라 전한 지가 일 년쯤 전인듯하다.
오늘 애들이랑 이동하던 중에 내가 그분께 권해드린 병원의 재 단장 플래카드가 걸려있어 읽어보니 치매 전문 병원으로 요양까지 겸비한다고 적혀있었다.
그 플래카드를 보고 그 분과의 대화를 떠 올리다가 문득 그분이 작년에 물어보실 때는 당연히 어머님이 연세가 있으시니 어머님을 기준으로 대화가 오고 갔는데 현재는 구순이신 어머님은 집에서 잘 계시고 본인은 암이 발병하여 근처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이신 상태이니 진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우리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님의 나이와 건강을 염려했지만 정작 본인이 아파서 요양병원에 먼저 가게 될 줄은 몰랐던 아이러니라니. 지금은 아이들의 , 그리고 부모님의 보호자였던 나의 위치가 언제든 환자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아마 어느 부모님도 당신들이 자식을 보호자 삼을 날이 온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하셨겠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생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하는데 모르는 것이 맞는 것이다.
내가 내일 입원하게 될지도 모르고 언제 내 자식들이 나의 보호자가 될지도 모른다.
알려고 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라면 답이 없는 것이. 모르는 것 그 자체가 답일 수도 있다.
그분도 항암을 잘 마치고 다시 부모님의 보호자로 돌아오는 날이 오기를 바라보았다.
버겁다고 느낀 적도 있는 부양의 자리에서 그저 내가 엄마 모시고 병원 다니고 아이들 보호자로 병원 다닐 수 있는 것이 현재로서의 최상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니 이제 다음번 병원투어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