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던 긴 연휴에 한 좋은 일
길고 긴 연휴를 날씨 탓인지 날씨 덕분인지 우리 집에서 강제 가족 집콕모드로 보냈다.
빌려다 준 책도 금세 동나고 그나마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은 영화로 버틴 연휴였다.
신랑과 나는 틈틈이 핸드폰과 밥 챙겨 먹는 일로 연휴를 보낼 수 있었는데 신랑이 무슨 이유로 현타를 느꼈는지 핸드폰 사용시간제한을 설정해보자고 한다.
본인은 할 건데 너도 할래?라고 질문은 해 주었지만 이것은 노!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핸드폰 중독임을 인증하는 꼴인지라 그러자고 했다.
하루에 3시간의 사용제한을 걸었는데 3일 정도는 그래도 핸드폰 사용시간을 크게 늘리지도 않고 잘 쓸 수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자기 직전.
늘 이것저것 동영상 찾아보다 졸리면 바로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을 안 쓰려니 다시금 말똥말똥한 눈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내가 핸드폰 없을 때는 자기 전에 대체 뭘 한 거야?'
생각도 안 날 정도로 까마득했는데 자꾸 기억해 보니 정말 고전적으로 양을 세 본 적도 있고 이런저런 공상들을 많이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아 누군가 다 만들어놓은 완벽한 영상을 보느라고 내가 상상하는 시간은 아예 사라져 버렸구나! 를 느낀 저녁이었다.
4일째 되던 날 하루 핸드폰을 20분 미만으로 사용했으므로 아주 맘 편하게 자기 전에 핸드폰 삼매경에 빠졌는데 세상에 1시간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그 시간에 뭔가 기억에 남는 영상이라도 봤느냐? 그것도 아닌데 내가 보지도 않는 드라마 쇼츠와 나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연예인의 걱정거리&물건 팔기를 챙겨보느라고 너무나 어이없게 시간이 지나가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연예인들의 이슈들에 이렇게 관심이 많던 사람이었던가? 자문을 해보았다.
내가 키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핸드폰이 나를 끌고 다니는 대로 따라가고 있었다는 것 알 수 있었다.
따라 하지도 않을 인터넷밈을 내가 왜 죄다 꿰고 있어야 되는 것인가?
그 새벽에 핸드폰으로 이것들을 쓰고 싶은데 그 또한 핸드폰 사용이므로 과감히 핸드폰을 내려두었다.
아이들이 핸드폰을 사기 전에 내 핸드폰 습관을 잡아두지 않으면 아이들 잡는 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먼저 이렇게 시도해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3시간에서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넘기지는 않도록 노력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