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의 어느 날 눈밭을 보며 생각한다.
하얗게 쌓인 눈을 고스란히 쌓아두고 있는 빈 논과 밭을 쳐다본다.
아무것도 심어있지 않은 곳은 황량한 벌판인데 이제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온 천지가 초록초록 푸릇함으로 다 채워질 것이다.
월동이 가능한 양파와 마늘이 심긴 곳은 강선 지지대를 양쪽으로 반원형으로 땅에 박고 그 위에 비닐을 덮어씌워 작은 미니하우스를 만들어두었다.
올해는 눈이 왔다 하면 폭설이라 아침에 눈을 뜨면 미니하우스는 오간데없이 모조리 백색천지인 경우가 왕왕 있었다. 어디가 맨땅인지 어디가 마늘을 심은 곳인지 분간이 안되게 눈이 쌓이고 그 눈의 무게에 작은 하우스는 속절없이 무너졌는데 참 신기하게도 눈이 녹기 시작하면 다시금 원래대로 슬금슬금 제법 제 자리를 찾아서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폭설에 큰 하우스와 인삼밭 가림막은 많이 무너져 내렸는데 저 작은 미니하우스는 어찌 다시금 살아나는지 신기하기도 했고 갈대와 같은 원리이려나 추측도 했다. 약해서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갈대처럼 저 강선 지지대가 누울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다시금 몇 번이나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고맙던지.
2025년 양파와 마늘이 수확이 된다면 저 지지대들 덕분이다.
곧 풀과의 전쟁을 치러야 될 푸른 밭으로 변한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하얗기만 한 눈밭을 보면 언제 또 봄이 오려나 조급해진다. 그러나 내가 조급해하거나 마음을 느긋하게 하거나 시간은 갈 것이고 겨울은 가고 또 봄은 올 것이다.
황량하다고 생각 말고 아이들을 눈밭에서 놀게 하다 보면 그간 나는 풀과의 한바탕을 할 만큼 체력이 비축되겠지.
꼬마돼지 삼 형제가 짓는 집처럼 아이들이 튼튼한 벽돌집을 짓기를 원했는데, 뿌리 깊은 나무로 자라기를 원했는데 아이들의 마음의 어느 결은 저 미니하우스 강선처럼 유연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버텨준 미니하우스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