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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May 26. 2021

해명이 필요한 삶

 





꼭 말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살 때가 있었다. 말을 안 하면 이유가 있는 것이고 말을 한다면 그 또한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때.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른 세상이 된 것 같다.


나의 대응이 전부가 되는 시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사실 그대와 생각이 다름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대와 좀 다른 사람임을.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보이게 되는 모습이 내가 아니므로.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피력해야 했고, 보여줄 수 있는 한 보여줘야 하며, 핑계 댈 수 있는 한 핑계 대야 하는 시대로 와버렸다.


그때 과장되더라도 충분히 그런 척했더라면,
그때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있는 내 이야기를 해놓았다면,
그때 불편해도 소신 있게 밝혔더라면 지금 내가 후회했을까


나만이 만족했던 대응
나에겐 충분했던 대응
나에겐 이유 있던 무(無)가 진짜 나와 대외적인 나 사이의 격차를 벌림을 알아갈 때 나는 심심한 혼란을 겪는다.


나를 잃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흔들릴 때
보이는 모습도 이 세상이 뻗은 손을 잡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될 때
나는 나를 내려놓는다. 뻗은 손을 잡아 나간다.


어쩌다 매 순간 해명이 필요해 버린 삶.
대응하는 것,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되어 버린 세상.
나는 오늘도 진짜 나와 보여지는 나 사이에 외줄 타는 중이다.


하지만 가끔은 들여다보자. 나 아직 안에 있는지..
사회인 말고 한쪽 구석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며 볼멘소리 중인 작은 아이 있는지..
하루하루가 치사하다고 느껴질 때 나 아직 건강한 것 아닐지 생각해본다.


제대로 보여줘서가 아니라
오해 없게 이해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나를 다른 시선으로 보이지 않게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라서,
있는 그대로라서,
누가 알아줄 것을 원하지도 않을 만큼 단단한 나여서 행복한 나다.
해명이 필요한 피곤한 삶을 살면서도 나를 잃지 않으려는 나,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진짜 원동력은 이것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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