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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하지 않은 챌린지
by
블레스미
Jan 13. 2025
허허허,. 허허헣,, 허허. 허ㅓ...ㅎ
헛웃음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우편물이
확인 사살을 해주네
1월부터
운전면허 이론 학습이 시작된다.
5주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6시간씩
줌(zoom)을 통해 이뤄지는데
어제 토요일이 첫 수업이었다.
면허가 없냐구?
왜 또 따냐구?
나 말고 아이들.
어,
잘못본거 아니고
아이들 면허 맞아.
그래,
그 9학년 짜리 쌍둥이.
그 아이들이
운전면허 학습을 시작한다고....!!
하하ㅏ핳하하..ㅎ. 하ㅏㅎ. 하핳....
한국은
면허 딸 수 있는 기준이 만 18세다.
보통은 대학 가서들 많이 따지.
일단
성인으로 편입되는 시점이라
문제없이 받아들이는 나이 기준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미국.
주(state)에 따라
면허 취득의 나이는 다르지만
내가 사는 곳 기준은 만 14세 6개월이다.
만 14세 6개월!!
한국으로 치면 중 2~3학년!!!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이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아주 먼 날의 이야기라
놀라기만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제 내 일로 닥치니
이거 미친 거 아니냐가 되어 버린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못 할
이 아이들을???
그 배경은 간단하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차가 없으면
꼼짝없이
집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하철은
정말 큰 도시에
한정적인 영역에만 존재하는
수단이고
버스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큰 도시의 것 말고는
노선과 운행 시간을 보았을 때
이걸 과연 버스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수단이다.
마트, 식당, 약국, 병원,
친구 집, 학교, 회사...
차가 없다면
이 모든 건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이다.
걷는다는 건
산책을 의미할 뿐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러니
뭘 특별히 하지 않더라도
굶어 죽기 싫다면 운전을 해야 하고
도로에서 달리다
해체가 되어 버릴 것 같은 차라도
한 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생활 구조가
아이들이 어릴 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껏 가 봐야 학교니까.
하지만 점점 커서
해야 하는 활동이 늘어나버리면
이거 정말 골치 아파진다.
학교는
스쿨버스를 이용한다 쳐도
나머지 활동이 너무 많다.
방과 후에
클럽활동이나
운동, 악기활동이 이어지고
각종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그럼
그 시간에 맞춰
라이드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줄줄인 집은
정말로 길바닥에서 죽어나가는 꼴이다.
심지어
이러한데 부모가 맞벌이다?
생각만 해도 내가 골치 아프네.
그럼
학교만 다니지
왜 저런 활동이냐고??
대학은 가야지..
저것들이
죄다
내 히스토리가 되는 것들이데
엄마 일해야 하니까,
라이드 해 주기 힘드니까
넌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싶다.
재밌는 건
시골 지역은
면허 취득 기준 나이가
조금 더 낮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고
가축업을 하는 지역은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모를 돕게 되고
도와야 하는 환경이다 보니
단순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트럭을 몰아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 거다.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부모를 대신해
거래를 다녀와야 한다든가
농작물을 날라야 한다든가
새벽부터 물건을 떼 와야 한다든가
듣고 나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그야말로
생활 밀접한 이유로 인해
기준 나이들이 정해진 거다.
그래, 알겠어.
알겠는데
이것들이 운전을 한다니요~~~
하....
기준 나이가 지나자마자
시켜달라고 들이밀길래
그땐 말도 안 된다며
단칼에 물리쳤었다
근데
지금의 이 나이 또한
다른 애들은 당연히 하는 걸
특별한 이유 없이 말릴 수 있는
그런 나이가 아니지 않나.
고민을 좀 해봤다.
지금 보면
지역 불문하고
미국에서 11학년쯤이다 하면
다들 운전을 한다.
학교에
직접 차를 운전해 등교하고
그래서 모든 고등학교들은
학생 전용의 주차장이
별도로 있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때 보면
주차하고 걸어가는
언니 오빠들을 흔하게 보게 되는데
대견하더라.
남들 다 한다고
그냥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앞집에 사는 10학년은
면허가 또래보다 늦었다며
허겁지겁이길래
아,
나에게 낯설어서 그렇지
이게 또 다들
따는 때가 있는 거구나 싶었다.
급기야 한 편으로는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기까지도.
땅 덩이리가 넓다 보니
작정하고
집 앞의 대학을 가지 않는 이상
다들 이산가족이 되어 버린다
3~4시간이라도
차로 갈 수 있는 거리라면
다행으로 삼을 정도고
비행기로 이동해야
만날 수 있는 거리로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대학을 간다는 건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독립을 하게 된다는 의미와 같다.
졸업 후
취업을 하면
취업한 그 지역에서
자리 잡고 살 테니
다시 같이 살 날은 없는 거지.
그렇게 되면 정말
내가 끼고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뭘 가르치려야 가르칠 수가 없는 거다.
특히나
위험한 것 일 수록
독립하기 전에
내가 보는 앞에서 배우고 익혀야
마음이 놓이지 않겠나.
아,
일찍 시작하는 게 맞구나
몸만 컸다고 독립이 아니라
자립이 가능한 상태가 독립인 거니
내보내기 전에
필요한 생존능력은 끼고 가르치는 게 맞지
집들마다
차가 4~5대씩 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식구수 대로 차가 있는 거지.
슬슬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의
미성년자 운전면허 취득 과정은
장기 프로젝트다.
그리고
학생 신분인 데다가
이 또한
교육의 하나로 보기 때문에
개인이
사기업을 통해
따는 것이 아니고
지역 학군에서 관리를 한다.
(state 마다 다를 수 있다.)
고로,
학교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면
면허 허가증이
취소될 수도 있는 구조.
우선
정해진 이론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오프라인도 있고 온라인도 있는데
학업과 병행하기에는
주말에만 시간을 할애하면 되는
온라인이 인기다.
이수하고 필기에 합격한다면
이제 실기.
학생을 대상으로
실기를 가르치는 강사가
교육용 차를 끌고
학교나 집으로 찾아온다.
이걸 타고
정해진 과정을 이수하면
실기를 볼 수 있는데
실기에 합격을 하면
바로 면허증이 나오는 게 아니라
운전 허가증이 나온다.
즉,
너의 자격을 증명한다가 아니라
운전석에 앉을 수 있음을
허가한다는 말이다.
언제 허가해?
면허증 소지자와 동승한 경우에.
그럼
면허증을 언제 주느냐
그 동승자를 태우고
또 정해진 시간만큼
운전기록을 채워야 한다.
낮 시간 따로
밤 시간 따로
학업과 병행하여
이렇게 과정을 거치다 보면
최소 1년인 거지.
내가
저 아이들이 연수하는 차에
면허증 소지자로서
동승해야 한다니
눈이 질끈 감긴다.
학교에
픽업하러 갈 때 보면
운전석에 있던 엄마가 내려
보조석으로 옮기고
아이는 운전석에 타서
출발하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저게 내 미래구나 하면서
한숨이...
얼마나 식은땀을 흘리며 올까
얼마나 잔소리를 하게 될까
얼마나 싸우게 될까
이건
아이들이 아니라
나의 챌린지가 될 것만 같은
강한 예감에
질끈.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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