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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by 블레스미

내 글에 달리는 댓글 중

되새기며

두 번 세 번 읽는 글이 있다.





긍정적이라는 말

밝다는 말

재밌다는 말





아..

내가 그렇게 보이나?

그런 사람인가?





물론

꾸며 적은 적 없다





흉내도

하루이틀이지

그랬다면

벌써 나가떨어지지 않았겠어??





평소에 쓰는

내 생각 내 말투를

고대로 글로 옮겼을 뿐인데

그런 댓글들을 달아 주신다.





나는

한 번도

내가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 없다.





보통

드라마를 보면

그런 캐릭터들은

주변 모두의 사랑을 먹고 자라

엄청 깨발랄하고 상냥하고

목소리도 앙앙거리던데





그런 아이는

내 속 어딜 봐도 없다.





오히려

남에겐 애교 없고

사근 거리지 않는 말투





맘에 없는 소린

입술을 물에 담가도

못하는 성격





어떤 첫 만남이든지

남에게 만만히 보이지 않으려는

얼음 같은 태도




언제나

다크포스를 뿜뿜 하며

좋게 말하면 차도녀

나쁘게 말하면 싸가지.





여기에

무표정으로 있으면

차가워 보이는 얼굴이

크게 한몫했지.





남편이

날 처음 봤을 때

말 걸고 싶은데 차가워는 보이고

무서웠다 할 정도.





아!

물론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고

내 사람이다 싶은 상대에겐

한없이 퍼주는 성격이었다.





특히나

중학교 때 만난 베프 앞에 선

무장해제





그 친구 앞에 선

또라이가 되기도

ㅎㅎㅎㅎㅎㅎ






어린 시절

그리 화목한 가정은 아니었고

중고등 시절은 회색이었으며

때려죽여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산전수전의 20대를 보냈다.





그래서 그런가

낙관적이기보단 비관적이었고

자신감이나 자존감 따윈

동네 개나 줘버릴 수준도 아니었으며

마음속엔

희망과 사랑, 행복 대신

버럭이 슬픔이 까칠이가

똘똘 뭉쳐 살았다.





몸과 마음에

가시를 칭칭 감고 살았더랬지.





그렇다고 해서

무례하거나

되바라지게 행동한 건 아니다.





다만

남에게 실수하고 싶지 않고

남도 나에게

실수하지 않았으면 했기에

오히려 깍듯하게 대했다.





어려워하라는 의미로.





아마도

그런 태도가

날 더 차갑게 만들었을지도.





다행히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도 있고

사회 속에서

이리저리 깎인지라

어느 정도는

동그란 모양새를 갖췄다.





내 기본 생김새가

말 않고 가만히 있으면

차갑다 싶은 분위기라

항상

미소를 띠려 한다거나





살신성인하여

분위기를 맞출 줄도 알고

어쩔 땐

필요에 따라

우습게, 쉽게 보이려

애쓰기도 한다.




물론

결국은

나를 위한 전략이지만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바뀐 게 아니라

사회화가 되었을 뿐이라는 말





누가 내 얘기를 하고 앉았네

ㅎㅎㅎㅎ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며 문득 드는 생각은





원래

이런 사람이지 않았을까?





언제부터 내가 이랬나

생각하는 과정 중에

장난치기 좋아하고

웃기기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몇몇 일들이

이 생각을 뒷받침을 해 준다.





아... 그런가 보네...

그런 거면 말이 된다 싶다.





고통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되고

불행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

어떤 순간부터

그 꺄르르 거리던 아이는

상처받지 않겠다며

무서워서 점점 숨어 버린 거지.





이제는

여유 있는 나이가 되고

평안한 때가 되다 보니

얼음이 녹고

가시가 무뎌졌나 보다.





이런 때에

글로

그 아이를 살살 불러내니

이제 나를 찾는구나 싶어

얼굴을 내미네





글로

예쁜 집도 지어주고

맛있는 군것질거리에

좋아하는 인형도 사 주고





매일매일

이런 거 저런 거 하며

함께 놀아주니





낯가리던 아이는

어느새

그 까르르가 된 듯하다.





이웃 친구들도 생겨

놀러도 가고

응원도 받는 일상이 되었네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뿐





이제는

불안, 슬픔, 까칠이 옆에

기쁨이가 합류되어 완전체를 이뤘다.





오늘은

우리 뭐 하고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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