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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발렌타인데이

by 블레스미

생각해 보니
연애 때
꽃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남편에게 처음 받아 본 건
결혼하고 나서였다.
그것도
신혼도 아니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
4살쯤 되었을 때.




빌렌타인데이에
미국 동료와
함께
퇴근을 하면서 보니
와이프에게 준다고 꽃을 사더랜다.





모습을 보고
아차 싶거나
옳거니 싶었다기보다
아마도
얼결에
그 분위기에 휩싸여
한 번 사 본 게 아닐까




본인도
내밀기 쑥스럽고
어색한 모습이었기에
그리 생각됐다.




아,
꽃이라는 걸
살 줄 아는 남자였구나
감동이나 감격보다
먼저 치고 올라온 생각이었다.




연애 때야
어느 누가 달콤하지 않겠어




남들 챙기는 기념일들,
달력에 표시된 기념일들을 챙기며
보냈었다




아마
신혼 때 까진
그랬던 거 같은데
쌍둥이가 태어나고
열 배로
정신없이 지내게 되면서
하나씩
생략되기 시작했고
서로의 생일도
외식에 케익이면 족했다.




서운함은 딱히 없었던 거 같다.




나도
현실에 정신을 못 차리고
밥을 코로 먹는 나날이었고
때마다
선물을 주고받는
그런 어린 시절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없는 거에 익숙했달까




그러다
발렌타인데이라고
꽃을
처음으로 받아 본 거였다.




그 이후로
매년 2월 14일은
손에
꽃을 들고 오는 남편이다.




한 번 시작하니
끝을 못 내고 있는 건가
ㅎㅎㅎㅎㅎㅎ




이런 게 없을 땐 몰랐다.
그게 무슨 대수냐 했었다.




그런데
크든 작든
이 아이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더라.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안녕했는지 살피게 되고
코를 박는다
그리고
종일
내 이동 동선 한가운데에 놓여
눈빛을 주고받게 된다.



역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꽃도
받아 본 놈이
즐길 줄 아는 거지





그런데
올해는
반. 전. 이.




마트 안
꽃 코너가
텅. 텅. 텅




다른 곳을 가봐도
역시나
텅. 텅. 텅




어쩐지
남편이 주차를 하고
마트로 들어가는데
몇몇 남자들이
뛰어
스쳐 지나가더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와...
이 동네 남자들
진심이네
진심이야




그래서
올해는
이 아이와 함께


매년

챙겨줌에 감사하며

올해는 나도 준비했네
초콜릿.




어차피
내가 더 많이 먹게 될 것이기에
내 취향이 듬뿍이다


아이들 것도
하나씩
야무지게 챙겼더니
초콜릿 풍년이네




어쩜
딱 맞춰
불금에 주말인 건지
입이 심심할 일은 없겠구먼




주구장창 까먹고
물 한 컵 잔뜩 하시면
배가 불러 불뚝 나올 테니
이걸로 끼니도 때웠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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